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움직임과 맞물려 이목 집중
삼성그룹, “회동여부 ‘확인불가’” 확대해석 경계
1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이광구 우리은행장에 이어 2월 말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잇달아 회동했다.
당시 이 부회장과 이들 금융사 수장과 만남은 타운홀미팅 방식으로 최근 금융권에서 이슈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인터넷전문은행 등 다양한 현안을 자유롭게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달 안으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KB국민은행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도 회동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그간의 이 부회장 행보에 비춰볼 때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금융권 인사들과의 만남은 현재 삼성그룹이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된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이 행장 등을 만난 시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당시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이 담긴 지배 구조 개선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던 상황이다.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5% 이상의 비금융계열사 지분(주식)을 처분(매각)하는 것을 시작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 단계를 밟을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지난 1월 28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 37.45%(4339만주)에 대해 모두 인수를 결정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보유지분율을 71.86%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앞서 삼성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복잡하게 얽혀 있던 순환 지배구조 고리 변환 작업을 통해 ‘포스트 이건희’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지배력 제고와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이라는 3대 핵심 사업’ 구조를 다져왔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지주회사로 전환해 그룹 금융계열사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이는 삼성생명이 그룹의 지배구조 변환 작업에서 삼성전자 지분 7.2%와 삼성화재 지분을 15.0%나 보유하는 등 사실상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무리가 아닐 정도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2020년 도입을 추진 중인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과 재무 건전성 감독 기준(솔벤시Ⅱ)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일반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금융자회사를 거느린 금융지주회사를 뜻한다. 현행법상 일반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회사법에서 금융지주회사는 상장된 금융회사 주식을 30%, 비상장된 금융자회사 주식을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엄연하다.
현재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역시 1대 주주로서 각각 15%, 11.17% 보유중이다.
따라서 삼성전자 지분 7.2% 등의 계열사 주식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제회계기준 도입 시점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삼성생명의 삼성증권과 삼성화재 보유지분은 19.85%, 30.91%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삼성화재가 가진 지분 8.02%를 더하면 30%선을 채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 총수일가의 지배구조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도 지주사 전환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으로 20.76%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0.06%를 쥐고 있지만,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 19.34%를 보유하고 있어 지배구조는 탄탄하다.
이런 점에 비춰,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에 금융권 수장으로부터 조언을 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삼성그룹의 주거래은행이 우리은행이고 현재 삼성전자가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과 삼성페이 제휴를 맺었거나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핀테크 사업 등에서 금융사와의 다양한 사업 접점 모색을 위한 금융권과의 스킨십 확대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최근 금융권과의 접촉을 확대한 것은 주목할 점”며 “삼성이 금융업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전자와 금융 등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춰보면 이번 회동은 지극히 자연스런 비지니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고 수장 간 만남인데 구체적인 사업 논의를 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은 만큼 상견례 성격이 강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날 “(이 부회장이) 금융권 인사들과 만났는지 안 만났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종준 기자 junpark@
뉴스웨이 박종준 기자
junpark@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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