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내부서 “금융지주사 출범 사실상 불가” 판단野 입김에 20대 국회서도 중간지주사법 통과 난망금융-전자-바이오 체제 유지···지배력 안정화 총력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논의가 사실상 ‘올 스톱’ 상태로 접어들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금 조달 등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는 내부 판단이 선데다 재계 안팎의 상황도 녹록치 않은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당초 그룹 경영진 고위층에서 삼성생명의 분할 후 금융지주회사 설립 여부를 검토했으나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들어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전면 보류했다.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논의는 올해 초부터 본격화됐다. 지난 1월 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했던 삼성카드 지분(지분율 37.45%)을 인수한 것이 단초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지분을 사면서 금융지주회사로서 갖춰야 할 자회사 지분 요건(30% 이상 보유)을 맞췄다. 이후부터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전환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게 퍼졌다.
삼성이 현재 시점에서 지주회사 전환 논의를 사실상 포기한 것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해결해야 할 장벽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우선 삼성생명을 인적분할해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를 세운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은 기존에 보유 중인 비금융계열사(삼성전자) 지분율을 5%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삼성생명은 현재 7.5%의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금융지주회사가 삼성카드 등 금융사를 자회사로 둔 중간지주회사 형태로 탄생하면 이후에는 삼성전자의 분할이 이어진다. 분할을 통해 세워질 지주회사 삼성전자홀딩스(가칭)는 지난해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과 합병해 온전한 지주회사의 모습을 이루게 된다.
문제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 문제다. 현재 상황에서는 이 지분을 마땅히 팔 만한 곳이 없다. 제3자에게 처분할 경우 경영권에 대한 위협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내부적으로 지분 처분을 해결하려 할 경우 막대한 자금 부담에 순환출자 문제까지 함께 걸릴 수 있다.
삼성전자의 분할과 타 계열사와의 합병도 결코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도 복잡하게 얽힌 지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20대 총선 이후 불어 닥친 정치권 역학 구도의 변화도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논의 보류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지주회사 아래에 금융지주회사를 중간지주회사로 두는 완전한 형태의 지주회사로 체제를 바꾸려면 이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일명 ‘중간지주회사법’)이 먼저 통과돼야 한다.
이 법은 19대 국회에서 발의만 됐을 뿐 통과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이 법을 두고 ‘재벌 특혜법’이라고 비판하며 법안 통과를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으로 야권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점유하며 의회 권력을 잡으면서 20대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원활한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미 삼성이 지난해 삼성물산 통합법인의 출범으로 안정적 지배 기반을 갖췄고 금융과 전자, 바이오로 그룹의 산업 축을 세 갈래로 수직계열화한 만큼 지주회사를 굳이 출범시키지 않아도 그룹의 효과적 지배가 가능하다는 판단도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를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체제를 유지한다면 굳이 특별한 투자를 단행하지 않고도 그룹 경영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기도 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무리하게 지주회사를 출범시키고도 손해가 따른다면 삼성 입장에서는 지주회사 문제를 굳이 논의할 일이 없다”며 “현재의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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