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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정피아 몰려올까 ‘전전긍긍’

금융권, 정피아 몰려올까 ‘전전긍긍’

등록 2016.04.19 12:21

수정 2016.04.19 18:28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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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총선 패배 후 보은 인사 촉각우리·기업은행 등 정치권 낙하산 올수도신보·캠코·결제원 등 공기관 줄줄이 대기KB국민銀, 공석인 상임 감사도 이목집중

올해 임기를 마치는 금융기관 장들 /사진=각 기관올해 임기를 마치는 금융기관 장들 /사진=각 기관



‘관피아(관료+마피아) 다음은 정피아(정치+모피아)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총선 이후 주요 기관장 자리에 보은인사 성격의 낙하산 CEO가 내려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하면서 정피아가 대거 낙하산으로 내려올 것이라는 소문이 횡횡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일명 ‘규제산업’이라고 불리는 금융산업의 특성상 낙하산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산업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규제로 묶여 있다”며 “정부나 당국에 밉보이면 장사하기 어렵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올해 수장의 임기가 끝나는 우리은행, 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신용보증기금, 예탁결제원은 총선 여파를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내년 초 수장의 임기가 끝나는 수출입은행과 기술보증기금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총선발 보은인사로 기관의 수장이 교체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광구·권선주 연임에 빨간불

금융권 가운데 가장 고민에 빠진 곳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끝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보은인사가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행장의 경우 임기 동안 우리은행의 민영화에 전력투구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올해 임기가 끝나는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확언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권 행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권행장은 친박인사로 분류되며 총선 출마설까지 확산됐으나 결국 은행 잔류를 선택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권 행장의 불출마에 따른 낙하산 인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감사자리도 논란의 대상이다. KB국민은행의 상임감사 자리는 정병기 전 감사의 자진 사퇴 후 1년 3개월째 공석으로 남아있다. 금융권에서는 총선 이후 내려올 ‘정피아’를 위해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두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서근우 신보 이사장의 임기가 오는 9월 30일 끝나며, 홍영만 캠코 이사장과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의 임기도 각각 오는 11월 17일과 27일 끝난다.

이덕훈 수은 행장의 경우 내년 3월, 김한철 기보 이사장은 내년 1월 임기가 종료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관장의 취임 후 성과와는 상관없이 이들의 연임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며 “대선이 맞물려 있어 위에서도 자기 사람을 안챙겨 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선 틈타 내리꽂힌 낙하산들

국민의 시선이 4·13 총선에 집중되어있는 동안 금융권은 낙하산 논란으로 몸살을 알았다. 신용보증기금부터 주택금융공사, 한국예탁결제원 등 금융권 중요기관 대부분이 낙하산 논란에 휩쓸렸다.

우선 지난 11일 신용보증기금의 감사에 김기석 전 국회의원이 선임됐다. 신용보증기금 감사 선임은 기재부의 선임절차를 거쳐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신용보증기금은 금융위원회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기술보증기금과 함께 담보능력이 미약한 국내 중소기업의 자금융통을 책임지고 있는 중요기관이다.

김기석 전 국회의원은 박근혜 대선 캠프 내 직능총괄본부에서 상임총괄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신용보증기금 노조는 “김 전 의원은 기금과는 어떠한 업무 연관성도 없는 정치인으로, 기금운영에 대한 전문성을 찾아볼 수 없다”며 “선임 절차는 모두 요식행위로 이는 결국 현 정부의 입김이 반영된 낙하산 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상무직 역시 지난 1일 서병수 부산시장의 선거캠프 출신인 김영준씨가 선임됐다. 김영준씨는 금융권 경력이 전혀 없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사외이사에도 새누리당 주요 요직에서 활동하던 2인이 동시에 선임된 바 있다.

◇경영엔 관심없고 권력다툼만

낙하산 인사의 배경에는 외부 인사라도 전문성만 갖추면 활동에 지장이 없다는 주장이 깔려있다. 하지만 금융기관마다 나름의 전문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런 낙하산 인사가 운영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실제 금융권 낙하산 인사 가운데 대표적 인물이었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경우 평생을 금융분야만 연구해온 금융전문가다.

그러나 경영 성적은 나빴다. 홍기택 회장이 활동하던 지난해 산업은행은 17년 만에 가장 큰 1조895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부실관리 논란에 휩싸이며, 산업은행의 구조적 개편에 나서야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국내 대표적인 민간금융사인 KB금융도 낙하산 인사에 흔들렸다. 그룹 회장과 은행 행장이 내분에 휩싸인 KB주전산기 사태의 원인 또한 낙하산 인사에 있다.

임영록 전 회장은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출신이었으며, 이건호 행장은 ‘연피아’(연구원+마피아) 출신이었다. 여기에 당시 경영진의 탈선을 견제할 사외이사들 역시 낙하산인사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그룹 내부의 권력을 놓고 내분을 벌였으며, 당국의 제재를 받으며 그룹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부인사가 내려오면 임기의 반은 업무 파악하고 조직에 적응하다 보낸다”며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가 내부 줄대기 문화의 병패를 낳았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

뉴스웨이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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