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여부' 사실상 당국·채권단 손에 달려복잡한 부채구조에 용선료 협상까지 난항"동시 청산 쉽지 않아··· 합병 수순 밟을 것" 지적도
26일 정부는 ‘제3차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를 열고 조선·해양 등이 포함된 5대 취약업종의 구조조정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회의 후 서울 금융위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상선과 항진해운의 합병방안 검토는 현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며 “양사의 경영 정상화 방안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게 되면 해운산업의 상황과 채권회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일부에서 제기되는 합병설에 제동을 건 것이다.
시장에서도 당장 합병을 추진하기 보다는 용선료 협상 등 각각의 경영 정상화 노력이 선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상선의 경우 지난 달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에 합의하고 용선료 인하 및 채무재조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한진해운 역시 전날 산업은행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유동성 위기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미 누적된 적자규모가 크고, 모기업인 현대그룹과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 상태도 녹록치 않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5~6조원 내외에 이르는 부채 역시 부담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부채는 각각 6조6400억원, 4조8000억원에 달한다. 회사채와 은행 대출, 신용공여, 선박금융 등 부채구조도 복잡해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은 만큼 적어도 두 곳 중 한 곳은 정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이 중요한 이슈가 되겠지만 다른 해운사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낙관하기 어렵다”라며 “현재 자금 상황으로는 당장 올해 말까지 돌아올 차입금 만기를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채권단이나 정부당국이 청산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글로벌 해운업체 간 합종연횡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자칫 주요 기간 산업인 해운업의 국가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만약 두 회사 모두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지 못해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글로벌 컨테이너사 동맹(얼라이언스)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되고, 이는 곧 한국 해운·물류사업의 쇠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스스로 꺼내든 자구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두느냐에 두 회사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둘 중 한 곳이 법정관리 절차로 들어가게 될 경우 회생한 해운업체가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될 개연성이 현재로썬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이를 인수하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해운업 구조조정의 키를 정부가 쥐고 있는 만큼 누가 더 빨리 정상화에 성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수 기자 hms@
장가람 기자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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