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제훈 인터뷰
이제훈을 떠올리면 혹자는 달콤하게, 혹자는 냉철한 이미지를 그릴 수 있다. 그는 길지 않은 연기 필모그라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배역을 입었다 벗었다 반복하며 배우로서 완전히 자리잡았다.
인터뷰에 앞서 접한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 이하 탐정 홍길동)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제훈은 유쾌, 통쾌, 코믹부터 섹시, 진지, 분노까지 다양한 감정을 탁월하게 오갔다. 단언컨대 한국 영화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탐정임에 분명했다. 영화를 본 이제훈은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안은채 기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영화를 시사회에서 봤는데 2편을 보고 싶더라고요. 이대로 이야기가 끝나기는 아쉽다는 느낌이었어요. 이러한 색감과 미장센을 가진 작품이 한 작품으로 마무리되는게 관객 입장에서 아쉬웠습니다.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후속작에서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성희 감독은 전작인 ‘늑대소년’(2012)을 통해 송중기에 투영한 판타지를 차기작인 ‘탐정 홍길동’을 통해 이제훈에 투영했다. 이제훈은 배역을 잘 입었다. 조성희 감독이 차기작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영화계에 전해졌을 때 송중기를 잇는 조성희의 뮤즈가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조 감독의 손을 잡은 이는 이제훈이었다.
“조성희 감독님의 ‘남매의 집’(2009), ‘짐승의 끝’(2010) 등의 작품을 보면서 어떻게 이러한 상상을 하고 이러한 세계관을 구축해 자기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놀라웠었고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감독님은 현장에서 시나리오대로 찍읍시다 라고 하지 않아요. 기본적인 스토리 보드는 있지만 지키지 않을 때도 있어요. 감독님은 프리 프로덕션을 꼼꼼하게 하고 쫀쫀하게 만들어 오셨죠. 자신이 생각하고 구현하려는 영화의 장면들을 하나도 틀리지 않게 다 마스터 하신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로서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어려움과 궁금증을 안고 갈 수도 있겠지만 조성희 감독님이 모든걸 세팅했기에 편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었지요.”
궁금했다. 그렇다면 조성희 감독은 왜 이제훈을 택했을까. 이제훈에게 물어봤다. 이제훈은 홍길동을 떠올렸을 때 1순위로 떠오르는 배우와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가 ‘파수꾼’(2011)을 했을 때 감독님은 ‘짐승의 끝’을 준비하고 계셨어요. 그때 인사를 나눴고 영화가 만들어졌지요. ‘파수꾼’ 속 제 이미지를 보며 ‘저 배우는 원래 어떤 본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구나, 그 모습을 극대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요. ‘파수꾼’이 ‘탐정 홍길동’을 하는데 작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탐정 홍길동’은 분명 한국영화시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새로운 매력을 지녔다. 그러나 장르성이 세기에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터. 주연배우로서 이 지점을 고민하지 아니할 수 없었을 이제훈이다.
“‘탐정 홍길동’은 새로운 작품이죠. 일상에서 기반한 작품이 아니라 모든 장면과 배경을 세팅해서 가는 영화기에 혹시라도 이질감을 자아낼까 하는 걱정도 했습니다. 시사회 직후 반응을 보니 새로운 장르로 온전하게 받아들여주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옛날 자동차를 타고 공중전화로 연락을 취하고, 트렌치 코트에 중절모를 쓰는 캐릭터가 조화로울까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대부분 영화로서 자연스레 받아들여 주시지 않았나.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은 이후 다음 작품(속편)으로 해소 될 수 있는 부분이지 아닐런지요.”
미소년, 꽃미남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만큼 풋풋한 비주얼의 이제훈이지만 그는 어느새 서른 문턱에 들어섰다. 그래서인지 그는 배우로서 고민이 많은 듯 보였다. 동안은 배우에게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여전히 이제훈을 20대 배우로 보는 관객들도 있다. 이에 대해 이제훈은 어떤 생각일까.
“30대에 접어들며 교복을 입고 연기하기 쉽지 않지요. 연기하더라도 어색할 텐데 제가 ‘파수꾼’ 찍을 때 나이가 스물 일곱이었어요. 교복을 입을 수 있는 자체가 행운이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필모그라피가 쌓일텐데 내게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하는걸 나이들며 느낀다는게 좋아요. 지금 이 모습 그래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확 늙지 않게 관리도 잘 해야겠지요.(웃음)”
이제훈은 조용힌 열일하는 배우다. 영화 ‘파바로티’(2013), 드라마 ‘비밀의 문’(2014), ‘시그널’(2016)에 이어 ‘탐정 홍길동’까지. 쉬지 않고 이제훈은 달려왔다. 조용히 이제훈을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쌓아가고 있었다.
“계속 좋은 작품을 끊임없이 찾고 있어요. 작품 속 캐릭터로 살아가기를 갈망하죠. 배우가 쉰다는 것은 작품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는 과정이에요. 좋은 작품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또 나를 선택해주지 않는다면 발 벗고 찾아나서죠. 동시에 좋은 줄거리나 아이템이 있다면 스스로 찾아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고민하지요. 또 이 부분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같이 공유하고 싶어요.”
이제훈은 ‘탐정 홍길동’을 통해 첫 원톱 주연에 나섰다. 영화를 통해 이제훈은 무난히 합격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 첫 원톱. 어깨가 무겁지 않을까.
“영화 제목에 제가 연기한 배역의 이름이 들어갔어요. 기분이 좋음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도 동시에 존재하죠. 그렇지만 분명 한국 관객들이 ‘탐정 홍길동’ 같은 영화를 꿈꾸고 보고싶어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해요. 이런 작품이 나오기를 저도 관객으로서 기대했습니다. 저를 믿고 극장에 와주시길 바라요. 극장에 오신다면 재미를 가득 안고 나가실겁니다.(웃음)”
이제훈은 독립영화 ‘파수꾼’을 통해 주목받았다. 독립영화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를 완전히 지운 이제훈이지만 지금도 독립영화를 통해 블루칩으로 떠오른 배우들 앞에는 ‘제2의 이제훈’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발에 닿은 길을 내려다 보았다.
“독립영화를 통해 대중, 영화 관계자들이 저를 잘 봐주셨어요. 이후 ‘고지전’(2011)을 찍게 되었고 제게 큰 발판이 되었죠. 제가 계속 잘해야 하겠지요. ‘독립영화에 나오더니 이제는 뭐해?’ 이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부담도 있어요. 좋은 선례를 남기며 꾸준히 작품을 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런 작품을 또 찾고 있고 제 역할이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기자로서 연기를 잘하는건 당연하겠지요. 관객들도 다양한 작품을 외면하지 마시고 관심있게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거기에 좋은 배우들과 발견하지 못한 원석이 있다는거. 그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제훈은 멜로와 연애에 대한 갈증을 털어놓기도. 앞서 한 연예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제훈은 "6년째 연애를 못하고 있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묻자 이제훈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연애를 하고싶다는 바람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멜로에 대한 갈증도 드러냈다.
"멜로나 사랑이야기가 담긴 시나리오가 많지 않아요. 저는 정말 열려있습니다. 제발 저를 선택해주시기를 바라요.(웃음) 정말 멜로 하고싶어요. 편하게 통통튀고 파릇파릇한 사랑이야기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청춘물이요. 진한 파격 멜로도 좋습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ssmoly6@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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