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시작 후에야 공식 사과 발표완전한 보상 위해 사과 늦어졌다지만발표 방안 대부분에 구체적 내용 빠져유해성 여부 불인정···증거 인멸 논란도 회피
옥시레킷벤키저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파 사프달 대표가 직접 나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 피해를 입으신 모든 피해자 분들과 그 가족 분들께 머리 숙여 가슴 깊이 사과 드린다”고 사과했다.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2014년 국정감사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발생한 후 2011년 이후 5년만의 일이며,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뒤로는 15년만의 사과다.
옥시의 뒤늦은 사과에 피해자 단체들은 잇따라 ‘진정성 없는 사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검찰 조사와 전국적인 불매 운동이 벌어진 후에야 기자회견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은 최승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 대표는 “유가족 연대는 옥시레킷벤키저의 검찰 수사 면피용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옥시는 지난 5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해온 피해자들을 외면했으며 검찰 조사가 된 이 시점에서 기자회견 형태로 전한 사과를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롯데마트가 지난달 18일 관련 업계 최초로 보상안을 발표한 후 홈플러스의 보상안 발표, 신현우 전 옥시 대표의 검찰 출석 등이 잇따라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2주간이나 언론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점도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옥시 측은 “충분하고 완전한 보상안 마련을 위해 늦어졌다”고 해명했지만 이날 내놓은 보상안마저 구체적인 내용은 전부 빠져있었다.
옥시는 오는 7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정부가 1,2등급으로 판정한 피해자에 대해 보상을 약속했지만 그 보상 규모, 방법에 대해서는 “피해자들과 협의하겠다”는 설명으로 일관했다.
1·2등급이 아닌 다른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100억원의 기금을 출연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기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될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 또 20여명의 피해자를 낸 롯데마트가 100억원을 출연하기로 한 것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사프달 대표는 사전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유해성에 대해 몰랐느냐는 질문에 “이 제품에 쓰였던 물질이 독성이 있었는지, 유해성이 있었는지 여부는 검찰에서 조사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검찰 조사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확답을 피했다.
옥시는 2011년 법인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하고 2014년 사명을 ‘RB코리아’로 변경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은 해명만 내놨다.
사프달 대표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으로 전환은 했지만 저희 회사의 책임이나 권한은 바뀐 것은 전혀 없다”며 “단지 회사가 보고해야 할 사항만 달라졌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사프달 대표가 이날 회견장에서 언급한 일부 발언에 대해 논란의 책임을 일부 직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가 “모든 의혹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 들이고 있으며, 옥시레킷벤키저는 그 어떠한 잘못된 행위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유해성 인지에 대한 증거 인멸, 사건 은폐와 축소 등을 벌인 것이 일부 직원의 문제인 것처럼 회피했기 때문이다.
사프달 대표는 “당사에는 모든 임직원이 엄격히 준수하여야 할 기업 행동강령이 있으므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회사 내부적으로도 사실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만일 잘못된 행위가 확인된다면 즉각적이고 신속한 시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하며 회사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선을 그었다.
이날 1시간 50여분간 진행된 기자회견 역시 피해자 가족, 그리고 기자들의 질문을 충분히 받지 않아 현장에서 거센 항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사프달 대표가 기자회견 종료 후 피해자 가족들과 만나 면담 하기로 했지만 이 면담마저도 회견 후 1시간이 지나서야 언론을 대동하지 않고 옥시 사무실로 이동하겠다는 조건 하에 진행됐다.
옥시는 1996년 출시한 가습기 살균제를 리뉴얼해 2001년부터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성분이 든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판매해왔다. 해당 제품은 2011년 논란이 불거지면서 제조와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정혜인 기자 hij@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hi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