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입점 의혹으로 압수수색···검찰, 소환 방침호텔롯데 상장 연기와 오너家 도덕성 문제 등 치명타그룹 계열사 등기임원직에서도 물러날 가능성 커롯데그룹은 면세점 비리 연루 없다며 선 긋기 나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첫째 부인 고(故) 노순화씨 사이의 장녀로 태어난 신 이사장은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하며 유통업계에 첫 발을 들였다. 1979년 롯데쇼핑 창립멤버를 거쳐 총괄부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롯데백화점과 면세점 경영을 맡아왔다. 이후 지난 2012년 2월 롯데장학재단으로 자리를 옮기며 사실상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
지난해 신 이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7월 이른 바 ‘왕자의 난’ 이후 신 이사장이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편에 서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주 회장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 이사장은 같은 달 이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진 해임 시도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동빈 회장 쪽으로 경영권 분쟁의 승기가 기울자 신 이사장은 다시 입장을 바꿨다. 신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롯데월드타워 상량식을 시작으로 신동빈 회장과 공식행사에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월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는 등 신동빈 회장의 개혁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신 이사장은 재기 불능 상태로 추락하고 말았다. 신동빈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첫 단추로 추진한 호텔롯데 상장의 발목을 잡으며 그룹에 치명타를 입혔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검찰은 서울 소공동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면세점 입점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고 판단, 소환 조사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 회장은 국민과 약속한 호텔롯데 상반기 상장을 하반기로 미뤄야 했다. 당초 이달 말 상장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신 이사장과 관련된 수사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딜 로드쇼를 취소했고 상장 관계 기관들도 6월 중 상장이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호텔롯데는 7일 이와 관련 공식 자료를 내고 상장일을 6월 29일에서 7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상장 예정일은 밝히지 않았다. 공모예정가도 기존 9만700원~12만원에서 8만5000원~11만원으로 조정했다. 이렇게 되면 공모예정금액도 약 5000억원 가량 줄어들게 된다.
신 이사장이 뇌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 롯데면세점의 신규 특허 도전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자격에 결격요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늘 도마에 올랐던 롯데그룹 오너가(家)의 도덕성도 문제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신 이사장은 이 사안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바 있다. 즉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호텔롯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오너家의 도덕성이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된다.
여기에 신 이사장의 의혹으로 생긴 파장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검찰은 최근 신 이사장의 혐의와 관련, 신 이사장의 아들이자 신격호 총괄회장의 손자인 장재영씨 소유의 전단지 제작과 부동산 관련 업체 유니엘도 압수수색했다.
롯데그룹도 신 이사장과의 선 긋기에 나섰다. 신 이사장이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아직 확인되지도 않았고 면세점이 조직적으로 로비에 연루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신 이사장이 그룹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업계의 중론이다.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를 비롯해 부산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건설 등 현재 8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그렇지만 신동빈 회장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가족 소유와 경영 분리라는 원칙을 지난해부터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혹이 커지고 있고 롯데그룹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만큼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신 이사장의 등기임원 해임이 빨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신 이사장이 법적 처벌을 받게 되면 당연히 등기임원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신 이사장의 의혹으로 롯데그룹과 신동빈 회장이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다. 유통업계 대모로 군림했지만 이번에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 신 이사장의 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
뉴스웨이 황재용 기자
hsoul38@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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