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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韓銀, 국민혈세로 국책은행 자본확충···형평성 논란 증폭

정부-韓銀, 국민혈세로 국책은행 자본확충···형평성 논란 증폭

등록 2016.06.08 18:05

수정 2016.06.08 21:18

김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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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책임자에 면죄부 지적한은 출자 가능성도 여전해재벌 퍼주기식 대책 논란 일듯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기업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보완방안’ 합동 브리핑에서 관련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기업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보완방안’ 합동 브리핑에서 관련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정부와 한국은행이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국책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위해 11조 규모의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한은이 주장해왔던 대로 직접 출자 대신 대출이라는 간접 출자를 통해 국책은행을 돕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한은이 대출 방식으로 자본확충펀드에 참여하는 것 역시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발권력, 즉 국민 부담에 의존한 것으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위기 시 한은이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에 대해 직접 출자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한은의 발권력을 통해 민간기업의 부실을 메워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한은 11조 펀드 조성···향후 직접 출자도 암시

정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자본확충방안은 직접출자와 간접출자 방식을 병행하는 것으로 우선 직접출자는 정부가 오는 9월 말까지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 주식을 수은에 현물출자하고 내년 예산안에 국책은행 자본 소요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간접출자인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SPC)는 한국은행의 대출금 10조, 기업은행의 자산관리공사 후순위 대출 1조원 등 11조원 규모로 운영된다.

해당 펀드는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발행하는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를 인수하며 코코본드는 채권 발행 5년 내 행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은이 1년마다 대출을 갱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은은 캐피털콜 방식에 따라 대출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금통위에서 의결을 통해 지급하며 금통위에서 대출이자를 조정할 수 있다. 또 한은의 대출금 손실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정부 보증으로는 신용보증기금이 들어가 대신 지급보증을 서며 한은은 지급보증을 서는 신보에 20분의 1을 신보에 출연한다.

앞서 신보는 지난 2009년에도 시중은행들을 위한 자본확충펀드 조성 당시 지급보증을 섰으며 한은은 신보에 총 대출금의 20분의 1 수준인 1378억원을 출연한 바 있다. 한은이 신보에 출연한 재원은 일종의 보험료 개념으로 한은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상황이 됐을 때 신보에서 전체 금액을 상환한다. 신보가 지급여력이 없을 경우 정부가 신보에 자금을 충원하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한은의 손해는 없다.

다만 이날 발표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는 시장 불안이 금융시스템 위험(리스크)으로 전이될 경우 정부와 한은이 수출입은행 출자를 포함한 다양한 정책수단을 강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한은의 직접 출자와 그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상 한은의 산업은행 출자는 불가능하지만, 수출입은행 출자는 가능하다. 실제 한은은 외환위기 직후 수출입은행에 2000억원을 출자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현재 한은이 직접 출자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일지라도 자본확충 방안에 포함된 표현인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전이될 경우’라는 내용 상 한은에 책임이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봉기 한은 금융기획팀장은 “향후 금융불안이 금융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경우 수은 출자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한은의 최종 대부자 기능을 고려했을 때 금융시스템 붕괴에 버금갈 정도일 경우 수은 출자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민간기업 부실, 국민 혈세 지원 논란 가중

문제는 민간기업의 부실에 대해 한은의 발권력이나 정부의 직접 출자를 통해 지원을 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부실기업을 지원한 국책은행의 책임 소재도 따지지 못한 상황에서 해당 기업의 대주주 역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보다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데 이를 국민의 혈세로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실제 구조조정 대상으로 떠오른 조선업과 해운업에 대한 은행권의 익스포저는 70조원 안팎으로 4월 기준 조선3사 전체에 대한 수은의 익스포저만 25조1093억원에 달한다. 산업은행의 익스포저는 9조7606억원으로 조선업과 해운업 전체에 대한 산은·수은의 익스포저는 36조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익스포저가 모두 충당금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부실기업을 과도하게 지원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구조조정 대상이 된 한진해운의 경우 회장을 맡았던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일가가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직접 주식을 처분한 혐의를 받고 있고 대주주인 조양호 회장은 추가지원에 대한 답변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지난 7일 “1980년대 개발연도에 한은에서 무조건 발권해 그걸로 부실기업(의 손실)을 메워 나가는 역할을 했는데 그런 악몽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노조 역시 “정부가 조선·해운사의 부실사태에 대한 책임규명 및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재벌 계열사에 대한 충당금 포함 5조니 15조니 자본확충 규모를 확정하는 것은 재벌 봐주기식 퍼주기 대책으로 또 다른 정경유착의 재판”이라며 “국내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 시 최종대부자로서 역할을 해야 할 한국은행이 재벌 대기업의 최종 대부자로서 전례를 남기는 것은 한국은행의 위상에 먹칠을 하는 것으로 향후 재벌기업 부실이 발생할 때마다 형평성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한은 노조도 “이 모든 것은 정부가 책임져야할 구조조정을 돈을 찍어서 해결하겠다는 꼼수를 덮기 위한 꼼수”라며 “제대로 된 민주국가에서 돈을 찍어서 특정 기업에 퍼준 적은 없다”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주주가 사재를 출연하든, 유상증자에 참여하든, 기업을 포기하든 책임 부담을 자구계획에 포함하는 것은 기업구조조정의 원칙”이라며 “원칙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진해운의 경우 조양호 회장이 1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고 삼성중공업은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은 보유한 자산 처분으로 충분한 재원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고 앞으로도 대주주 책임 문제는 고민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또 “국책은행들의 경우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실패 사례가 잇따른데 대한 책임을 물어 전면적 쇄신을 추진키로 하고 오는 9월까지 쇄신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산은과 수은의 임원급은 올해 연봉 5% 삭감, 내년 연봉 5% 추가 반납을, 전 직원은 올해 임금상승분을 내놓기로 했고 신규채용은 하되 기존의 불필요한 인력을 될 수 있는 한 감축하는 등 인력·조직 슬림화 작업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산은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산은이 줄곧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을 반대했음에도 정부의 의사결정권자인 이들이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4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며 “정부가 발표한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은 유일호 부총리가 총대를 메고 최경환 전 기재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의사결정권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김아연 기자 csdie@

뉴스웨이 김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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