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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 회장 ‘자존심 싸움’..알짜배기 ‘EXR’ 날렸다

이명근 회장 ‘자존심 싸움’..알짜배기 ‘EXR’ 날렸다

등록 2016.06.10 06:52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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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가도 달린 스포츠 브랜드 결국 철수 결정이명근 성우하이텍 회장 처남 민복기 전 대표가 2001년 론칭EXR, 카파 등 운영하며 승승장구 하다 돌연 민 대표 쳐내둘째 사위 한창훈 대표 선임···패션 경력 부족하다는 평가한 대표 취임 후 지난해 재도약 선언했지만 실패

이명근 회장 ‘자존심 싸움’..알짜배기 ‘EXR’ 날렸다 기사의 사진

토종 스포츠 브랜드 EXR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R은 한때 국내 스포츠 브랜드 시장을 호령했던 브랜드로 2011년 최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5년만에 매출이 반토막 나며 결국 몰락한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의 자존심 싸움과 무리한 경영 승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근은 왜 한창훈을 선택했나=EXR을 전개하고 있는 리앤한은 자동차 부품회사 성우하이텍의 자회사다. 이명근 성우하이텍 회장의 둘째 사위인 한창훈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본래 EXR은 민복기 현 카파코리아 대표가 성우하이텍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2001년 설립한 EXR코리아의 스포츠 브랜드다. 민 대표는 이명근 회장의 처남으로 2014년 10월 13년간 이끌어오던 EXR코리아의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사위인 한 대표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회장 슬하에 딸이 두 명이 있는데 장녀에게는 성우하이텍을, 차녀에게는 EXR코리아를 물려주기 위해 처남을 밀어냈다는 것이다.

한 대표의 경력도 문제가 됐다. 한 대표는 1973년생으로 중국북경중의약대학 한의학과를 졸업한 후 LG패션을 거쳐 2014년 성우하이텍에 입사한 인물이다. 패션 관련 경력이 있기는 하지만 길지 않은 데다 나이도 젊어 EXR코리아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도 제기됐다.

한편에서는 이 회장과 민 대표에 미묘한 자존심 싸움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당시 EXR코리아는 EXR 외에도 카파, 컨버스 등 다양한 스포츠 브랜드를 전개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었는데 민 대표가 먼저 물 밑에서 주요 브랜드와 함께 계열분리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회장과 민 대표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결국 이 회장이 일찌감치 둘째 사위에게 회사를 넘기게 된 것 아니겠냐는 설이다.

이미 민복기 대표가 물러나기 직전인 2014년 7월 EXR코리아는 패션브랜드 수입을 주로 하는 회사 리앤한을 설립했다. 이 당시 이미 이 회장과 민 대표의 사이가 벌어졌으며 회사를 나누기로 계획한 것이 아니냐는 설도 제기된다. 리앤한은 현재 EXR코리아와 합병한 상태다.

EXR 플래그십스토어. 사진=뉴스웨이DBEXR 플래그십스토어. 사진=뉴스웨이DB

◇민복기가 키운 EXR= 민 대표는 2001년 EXR코리아를 설립하기 전에도 1986년 삼나스포츠 입사, 1991부터 1998년까지 휠라코리아 사업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패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특히 유통·영업·마케팅의 전문가로 명성이 높았다.

민복기 대표는 EXR코리아 설립 2년만에 설립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EXR을 히트 의류 브랜드 반열에 올려 놓았다. 특히 EXR코리아의 전성기는 2010년대 초반이었다. EXR코리아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10년 3668억원으로 정점을 찍었고, 스포츠 브랜드 EXR의 매출은 2011년 1529억원으로 최고치에 달했다.

또 EXR의 경우 류시원 감독이 대표로 있는 프로레이싱팀 ‘팀 106’를 후원하는 등 차별화 된 마케팅을 선보이면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EXR은 이후 매출액이 점점 감소했지만 EXR코리아의 또 다른 주력 브랜드인 컨버스와 카파가 매출을 견인했다. 이들 브랜드는 민 대표가 EXR코리아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글로벌 패션기업 도약을 위해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한 브랜드다.

컨버스와 카파는 민 대표가 물러나기 직전인 2013년 국내에서 각각 2100억원, 87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내리막길 걸은 한창훈=2012년 이후 다소 주춤하던 EXR코리아는 한창훈 대표로 경영진이 바뀐 이후 실적이 더 나락으로 떨어졌다.

민 대표는 EXR코리아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주력 브랜드인 컨버스와 카파, 그리고 카스텔바쟉의 라이선스를 보장 받고 나아 별도 회사를 설립했다. EXR코리아가 민 대표의 퇴임과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던 데는 주력 브랜드의 이탈이 컸다는 분석이다.

당시 EXR은 점차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였고 이를 컨버스와 카파가 메우던 상황이었다.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한 브랜드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EXR코리아는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오랜 기간 민 대표와 함께 EXR코리아에서 근무해온 경력 직원들도 민 대표를 따라 회사에서 이탈했다. 이 때문에 회사를 정상 궤도에 돌려놓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 한창훈 대표는 이 시기 아웃도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스포츠 시장이 어려워진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대표는 뒤늦게 지난해 말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고 플래그십스토어를 여는 등 사업을 정상화 하기 위해 애쓰면서 대리점 사업을 접는 등 경영 효율화에도 노력했다. 그러나 EXR만의 색깔을 찾지 못하는 등 브랜드 리뉴얼 성과를 보지 못한 채 일년도 되지 않아 브랜드 철수를 결정했다.

골든구스, 델보 등 수입 브랜드 사업을 하는 리앤한과 EXR코리아의 합병을 단행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안정화 시키고자 했지만 이 방법도 잘 통하지 않았다.

리앤한은 EXR을 철수한 후 수입 브랜드 사업을 본격화 한다는 방침이다. 대표 취임 후 2년 사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한 대표가 수입 브랜드 사업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 받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XR은 민복기 대표가 떠난 이후부터 실적이 점차 악화해 이미 올해 초부터 시장에서는 브랜드 철수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며 “한때 시장을 리드하던 브랜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오너가의 결정이 아쉽다”고 말했다.

정혜인 기자 hij@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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