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허가취소’ 위기는 면했지만떨어진 신뢰 어떻게 회복하나제약업계 신약개발에 찬물 우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올무티닙과 중증 이상 반응의 인과관계를 판단해 추가 안전조치를 내렸다. 올리타정의 허가는 그대로 유지하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복용 동의를 받아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날 식약처의 ‘약물 허가유지’ 처분으로 한미약품이 최대 위기는 면했지만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 한미약품 사태의 핵심은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공시와 베링거인겔하임(BI)에서 폐암치료제 ‘올무티닙’의 개발중단과 계약해지 공시의 시차로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신약 개발중단이라는 중대한 정보가 주식시장 개장후 공시된 탓에 1조원 잭팟 소식으로 급등했던 주가는 30분만에 폭락했다.
이에 한미약품은 지난 주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시가 늦어진 부분은 절차상 어쩔 수 없었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투자자들과 대중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미공개 정보 활용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과 내부자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한 의혹만 더 붉어졌다.
한미약품은 기자회견 당시 “BI로부터 신약개발 중단 사실을 29일에 통보 받았지만 정정공시 사안이 중대해 아무런 내용을 모르는 당직자보다는 정확한 과정을 알고 있는 담당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다음날 공시를 서두르기 위해 아침일찍 거래소로 달려갔으나 담당자와 협의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상장기업은 ‘자율공시 시스템’으로 직접 공시를 입력할 수 있는데다, 중대한 사안인 만큼 최대한 빨리 거래소 공시 당직자에게라도 연락을 취해 보고했어야 마땅하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며 고의성을 둘러싼 의혹은 점차 커지고 있다.
호재 공시를 해놓고 악재 공시를 30분간 미루는 바람에 그 사이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봤다. 이날 하루 동안 비정상적으로 공매도 물량이 쏟아진 점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일부에서 미공개 정보 활용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공시 지연 때 한미약품을 공매도한 세력이 누구인지, 내부자들이 주식을 거래했는지 여부와 미공개 정보 유포 여부 등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부분이다.
또 한미약품이 신약 부작용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주가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관련 보고를 일부러 늦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리타에 대한 식약처의 처방제한 권고 일주일 전 신약의 부작용에 따른 환자 사망 사실을 식약처에 보고했다. 식약처는 지난달 23일 한미약품의 보고를 받고 이를 뒷받침할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이에 한미약품은 27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 자료를 제출했다. 이어 식약처는 다음 날인 30일 오후 4시 15분경 올무티닙의 신규 환자 처방을 제한하도록 권고했다.
한미약품과 함께 식약처의 비판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식약처가 올리타정의 중증 이상반응 사례를 알면서도 허가를 내줘 안전성을 우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늑장 보고 관련해서는 식약처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한미약품으로부터 올 4월 TEN 부작용 사례 1건을 처음 보고 받았다. 그럼에도 부작용 사례가 1건에 불과하다는 이유 등으로 5월에 올리타정에 품목 허가를 내줬다. 추가 부작용 사례가 있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허가를 내준 셈이다. 이후 부작용 사례가 2건 더 보고되자 그제야 지난달 30일 ‘신규 처방 제한’ 조치를 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보고된 중증 이상반응이 해당 약의 부작용인지에 대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허가를 내줬다는 입장이다.
한편, 제약업계는 이번 한미약품 사태가 국내 신약개발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돼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가 항암제라는 어려운 분야에 도전해서 이정도 성과를 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 “부작용 논란과 더해 불거지고 있는 공시 지연 문제는 조사를 통해 잘못된 점이 밝혀지면 그에 따라 조치가 취해져야 겠지만, 그로 인해 제약업계 전체의 신약개발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dw0384@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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