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하루새 시총 1조원 증발개인투자자 2100억원 순매수주가 2거래일째 약세 지속
회사 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고의가 아닌 한국거래소와의 절차상 문제였다고 해명했으나 거래소는 이와 상반되는 견해를 보였다. 이러한 내용의 공시는 협의를 거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빠르게 공시할 것을 권유했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악재성 공시는 장 개장 이후 30분을 넘긴 시점에 공개됐다. 이 과정에서만 줄어든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을 넘어가는 수준이다. 피해는 개인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날 개인은 2100억원 어치의 한미약품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시간의 재구성
지난달 29일 장 마감 이후인 오후 4시 33분 한미약품은 다국적 제약사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항암신약 ‘HM95573’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즉시 언론에 의해 대대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했으며 긍정적인 내용의 증권사 리포트도 쏟아져 나왔다.
이후 오후 7시 06분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계약 상대방이 내성표적항암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권리를 반환키로 결정하자 한미약품 측은 공시 관련 검토에 들어갔다.
검토 결과 회사 내부에서는 이번 계약해지를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 판단하고 이를 담당자가 아닌 당일 당직자와 의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날인 30일 오전 8시 30분께 한미약품 측은 관련 서류를 들고 거래소를 찾았고 5분 뒤 담당자와 연락이 닿아 공시 절차를 논의했다. 실무적인 대화가 오가기 시각은 오전 8시 40분으로 추정된다. 장 시작을 20분 앞두고 논의가 시작된 셈이다.
이에 거래소 관계자는 장 시작 전 빠른 공시를 권유했으나 한미약품 측에서는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개장 이후인 오전 9시 29분 기술계약 취소 관련 공시가 발표됐다.
개장과 동시에 전일 대비 5% 이상 치솟았던 주가는 공시 이후 꺾이며 50만원 초반대까지 추락했다. 이날 시가는 64만9000원이었다. 이날 증발한 시총은 전일과 비교해 1조원 정도다. 개인은 2101억2500만원을 순매수했으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4억900만원, 2037억1800만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이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에게 흘러들어 간 상황이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한미약품 수출계약 파기 공시의 적정성과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등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위법 사실이 발견될 시 신속히 상응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신뢰 회복이 관건
4일 오후 2시 50분 현재 한미약품의 주가는 전일 대비 7.87% 하락한 46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15% 가까이 주가가 하락했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미약품의 폐암신약(올리타정)에 대한 제한적 사용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며 소폭 반등한 모양새다.
다만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하향은 줄을 잇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임상실패는 신약개발의 성장통이나 적절한 전달방법은 아니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84만원에서 7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보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신약개발 역량을 가진 기업이라는 펀더멘탈에는 변화가 없지만 시장의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하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역시 목표주가를 기존 100만원에서 70만원으로 큰폭 내렸다. 계약 반환된 ‘HM61713(올무니팁)’의 순현재가치인 1조956억원이 소멸됐다는 분석이다.
서근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약 반환은 글로벌 신약 개발 과정 중 빈번히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한미약품의 경우 신약 개발 성공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반영돼 있었다”며 “계약 종료와 같은 악재에 주가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목표가(88만원)에 반영하고 있었던 ‘올무니팁’ 기술수출 계약가치 7642억원을 제외해 목표가를 80만원으로 하향한다”며 “글로벌 임상 중에 발생한 중대한 부작용이 이번 이슈 이전에 공론화되지 않았고 시장에 혼란을 준 점은 신뢰성 측면에서 투자심리에 부정적 요인이다”고 전했다.
이승재 기자 russa88@
뉴스웨이 이승재 기자
russa88@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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