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인수 후 4분기 동안 영업익 달성부채비율도 1400%→800%로 낮췄으나외국 선사 저가 운임·물량 공세로 한계 책임 통감하고 경영권 포기 각서까지 “누구든 한진해운 살려 운영해야”
조양호 회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관련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에 대해 국민과 선원, 직원들에게 사죄 드리겠다”고 밝혔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온 조 회장은 국회의원들의 질타 섞인 질의에 흥분하기 보다는 침착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당초 조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할 경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한진해운 법정관리 행에 대한 책임 공방이 벌어질 것이란 분석이 이어졌지만 조 회장은 시종일관 경영진으로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언급했다. 사과의 말도 여러 차례 덧붙이며 머리를 숙였다. 또한 한진해운 법정관리 행이 대주주의 결단력 부족이라고 언급한 이동걸 회장과 달리 조회장은 어느 한쪽에 책임을 전가하기 보다는 당시 업황과 글로벌 경제, 이외 각 당사자 간의 입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2시간이 넘게 정무위 의원들로부터 질타와 질의를 받은 조 회장은 답변과 함께 한진해운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 회장은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해 2조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했으며 실제 140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800%로 낮췃으며 4분기 동안 영업이익도 달성했다”며 “하지만 해외 선사가 정부 지원의 수십조원의 지원을 받으면서 물량공세와 저가 공세를 벌였고 결국 출혈 경쟁에 타격을 입어 사기업으로서는 한계를 느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자율협약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채권단이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원인에 대해 “금융권에 직간접적으로 한진해운이 출혈경쟁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하고 지원과 협조를 요청했으나 제가 부족해 설득에 실패한 것 같다”며 “저희도 최선을 다했고 정부도 나름의 선택을 한 것이다. 이미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에 판단은 법원의 몫이나 한국에서 수출물량 대다수가 해운업에 의존함에 따라 꼭 한진해운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진해운 인수 당시 정부 측으로부터 한진그룹에서 한진해운 지원 용의가 있냐는 요청을 받았던 조양호 회장은 당시 한진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하면 한진해운의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예상과 달리 한진해운은 외국 선사의 치킨게임의 희생양이 됐다.
조 회장은 “해운사업은 한국의 기간산업이고 수출 대부분이 해운에 의존한다. 한국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간산업을 한진그룹이 대행했는데 그것을 보존·발전치 못한게 굉장히 후회가 된다. 지난 40년 동안 한진해운은 세계 7위, 태평양 노선 3위까지 올라갔지만 동생(조수호 회장)이 사망하면서 공백 기간 생겼고 그 기간 동안 해운업이 부실해졌다”며 “이후 궤도에 올리려 했지만 능력에 한계를 느꼈고 이는 후회하는 부분이다. 한진해운의 네트워크와 영업권은 살려야 한다. 그것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국민과 직원들에게 깊게 사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이 물류대란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에서 채권단에 운항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거부한 것 아니냐는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법정관리 직후 화물 및 운송정보 제공 요청을 받았고 이전에는 요청을 받지 못했다. 법정관리 전 요청한 자료는 화물 및 운송이 아닌 화주 계약 정보인데 그것은 법적으로 제공할 수 없다고 해서 제공하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법정관리 시 물류대란이 발생한다는 것을 정부와 채권단과 공유했냐는 질의에 “최악의 경우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법정관리를 갈 경우 물류대란이 발생한다는 보고를 받았고 어떤 수를 쓰던 물류대란은 막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법정관리로 안가기 위해 노력했다”며 “중간 과정에서 소통이 잘못 된건지 몰라도 이를 해양수산부와 금융위원회에 분명히 말했다”고 말했다.
이미 자율협약 시작 시 한진해운 경영권 포기 각서를 제출한 조양호 회장은 이날 2시간 동안 발언대에 서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며 마지막까지도 한진해운을 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은 불행히소 2005년부터 현재까지 경쟁력 약화로 인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해운업은 기간 산업으로서 물류에 중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누가 운영하든 해운업은 살려야 한다는 것이 저희 소신이다”라며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후회하고 국민들에게, 지원해준 사람들에게 사과하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다시한번 국민과 선원, 직원들에게 사죄 드린다”고 덧붙였다.
임주희 기자 ljh@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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