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뒤 연이은 악재K-컬처밸리, 재단 출연금 등에 대가성 의혹 번져오너 사면에 경영정상화 기대했지만···사업 제동 “투자시기 놓친다면 성장 늦춰질 것” 우려도
17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최대 피해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현 회장 구속기소와 이미경 부회장 미국행, 문화사업 투자, ‘미르·K스포츠재단’ 후원 등에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CJ그룹의 잔혹사는 현 정권 출범 초기부터 계속됐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3년 이재현 회장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손경식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또한 이듬해에는 이재현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책임지던 이미경 부회장 마저도 경영에서 손을 떼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최근들어 청와대가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내용의 녹음파일이 공개되는 한편 손경식 회장에게도 대한상의 회장직에서 내려올 것을 종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CJ그룹은 그간 투자해온 문화사업이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혹에도 휩싸였다. CJ E&M은 2014년 정부가 추진하는 ‘K-컬처밸리’의 사업자에 선정돼 1조4000억원 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그룹 차원에서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3억원을 후원한 바 있다. 특히 지난 13일 검찰에 출석한 손경식 회장은 대통령과 독대 전후에 사면 논의가 있었고 이후 재단에 출연금을 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다보니 외부에서는 CJ그룹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있다. ‘최순실 파문’이 처음 일었을 당시만 해도 CJ에 대한 특혜 의혹이 짙었지만 청와대가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밝혀지면서 인식이 뒤바뀐 것이다.
CJ그룹이 박근혜 정부의 눈 밖에 난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방영된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박 대통령을 풍자한 것과 진보 성향의 영화에 연이어 투자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문제는 CJ그룹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경영에 제동이 걸려졌다는 점이다. CJ 측은 지난 8월 이재현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되면서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아직 마땅한 사업계획 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CJ는 ‘그레이트 CJ’라는 비전하에 내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5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불과 지난 9월까지만 해도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등 계열사가 바이오와 유통 부문에서 크고작은 M&A를 성사시키며 부활의 조짐을 보였으나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이후에는 신사업에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4대 사업군 중 하나인 식품·식품서비스 부문이 이달 사업확장에 다시 속도를 높이며 선방하고는 있지만 침체된 그룹 사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엔터테인먼트·미디어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의 과도한 입김이 CJ그룹을 ‘정권의 희생양’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하며 “신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한 이 시점에 각종 의혹으로 투자시기를 놓친다면 성장이 지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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