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4일 첫 대국민담화부터 탄핵 가결까지사상 초유 스캔들로 끌어내려진 ‘독재자의 딸’
◇與 절반 찬성표 던졌다···朴대통령 직무정지 돌입
국회는 이날 오후 3시 본회의를 열어 탄핵안 표결을 갖고 재석 299명 중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 2명, 무효 7명의 결과로 가결 처리했다. 표결 결과로 볼 때 야 3당 172석에 새누리당에서 절반 수준인 62명 정도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결과가 나온 직후 “탄핵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됐다”며 “이제 공직자들은 민생을 돌보는 일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 순간부터 국회도 국정 한 축으로서 나라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며 “민심에 부응하고 민생 살리는 국회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정 의장은 곧바로 소추의결서 정본을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소추위원에게, 등본은 헌법재판소와 청와대에 송달하게 되며 박 대통령은 이를 받는 순간부터 직무가 정지된다.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이 정지된 박 대통령은 향후 청와대 관저에 머물며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게 된다. 지난 2004년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두 달여 동안 헌재 심리를 기다리며 비공식 일정을 소화한 바 있다.
박 대통령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에 대한 비토 여론과 대규모 촛불집회 등으로 인해 운신의 폭이 넓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변호인단과 함께 특검 수사 및 헌재 판결 대비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직무정지 이후에는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내치와 외교·안보를 총괄하게 된다. 황 총리는 헌재 심리 기간에 따라 최소 2개월에서 최대 8개월까지 국정을 도맡는다. 일각에서는 1월과 3월에 각각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함에 따라 헌재 심리가 길어지고, 황 총리의 대행 체제도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현재 야권에서 황 총리가 아닌 ‘국민추천총리’ 등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탄핵소추안 뜻엔 내각 총 불신임도 포함돼 있다”며 “탄핵안이 통과되면 황교안 총리를 포함,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도 “황교안 총리가 권한대행을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일갈했다.
◇첫 대국민 사과 50일만에 ‘날개없는 추락’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특별수사팀을 꾸린 지난 10월24일 최순실씨의 국정운영 개입 의혹이 최초 보도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 대국민 사과를 가졌으나 이후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고 각종 혐의점이 드러나면서 향후 두 번의 대국민 담화를 더 해야 했다.
그 사이 전격 귀국한 최씨를 비롯해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부속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진, 차은택씨, 장시호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관련자들이 대거 체포·구속됐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 ‘문고리 3인방’인 정 비서관과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을 포함해 김재원 정무수석, 김성우 홍보수석, 우병우 민정수석 등은 청와대를 떠났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문체부, 한국관광공사,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농협·기업·SC제일·씨티은행, 삼성전자, 제일기획, 국민연금관리공단, 이화여대, 대한승마협회, 한국마사회 등에 대해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검찰에 소환돼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며 이들은 최근 국회 국정조사에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10월 셋째 주 25%에서 추락을 거듭한 끝에 11월 첫째 주부터 연속 3주 동안 5%를 기록한 뒤 마지막 주에는 4%까지 떨어졌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이에 비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1,2위 자리를 내주고 10%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이 기간 동안 전국 주요 도시의 도심에서는 매주 주말 대규모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10월29일 3만명으로 시작된 1차 집회는 2차 20만명, 3차 100만명으로 참가자가 급속히 불어났고 이달 3일 6차 집회에서는 전국에서 200만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대국민 담화에서 ‘질서있는 퇴진’을 선언하며 자신의 진퇴와 관련한 논의를 국회로 넘기면서 시간을 버는 듯 했다. 하지만 여당 비주류가 마지막 본회의 일주일을 앞두고 야권에 동참 의사를 밝힘에 따라 탄핵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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