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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구속’만 부르짖는 특검, 국가 경제는 뒷전인가

‘총수 구속’만 부르짖는 특검, 국가 경제는 뒷전인가

등록 2017.01.15 10:53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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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부족한 구속 고집, 특검 자충수 될 수도이재용·최태원, 글로벌 경영 네트워킹에 차질해외사업 추진·새해 계획 수립도 줄줄이 발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영수 특별검사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영수 특별검사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의 구속 수사만을 고집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초고강도 수사에 재계의 불안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5일 특검팀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와 삼성그룹 수뇌부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이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수뇌부 임원들이 구속될 경우 삼성은 사상 초유의 사령탑 공백 사태를 맞게 된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련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운영 자금 출연 문제에 다시 접근해 이들 재단에 대한 자금 출연 배경과 각 기업의 대가성 민원 처리 여부가 연결돼 있는가에 대해 집중 수사에 나설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총수들의 정경유착이 단절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지나친 구속 수사와 대기업 임원들에 대한 일망타진식 사법처리는 경제 회복에 비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재계가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총수들을 상대로 구속 수사가 반드시 필요한가의 문제다. 범죄 혐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은 혐의자가 도피할 가능성이 크거나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상황에 발부될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총수들이 현재 시점에서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국외로 도피를 하거나 증거 인멸을 주도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더구나 특검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하더라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될 경우 특검이 되레 상처를 입는데다 앞으로 남은 ‘최순실 게이트’ 사건에 대한 수사에도 적잖은 차질이 될 수 있는 자충수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럼에도 특검팀이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는 탓에 각 기업들은 총수의 구속 상황이 현실화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삼성이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울 경우 정상적인 경영 일정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삼성 측의 우려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매년 초 각 계열사별로 진행하던 ‘부문별 간담회’를 진행하지 못해 올해 사업에 대한 시작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부문별 간담회는 매년 초 이재용 부회장이 주재하던 회의로 한 해 경영의 밑그림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경영 준비 회의다.

여기에 검찰의 1차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특검 수사 등의 여파로 지난해 말 예정됐던 그룹 계열사들의 인사나 조직 개편이 미뤄졌고 투자와 고용, M&A 등 중대한 경영 현안 관련 의사결정이 미뤄지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글로벌 경영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중화권 기업 등 경쟁사들이 삼성을 맹추격하고 있는 과정에서 삼성의 경영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삼성 안팎에서는 브랜드 이미지의 추가 하락이나 경쟁력 저하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속 수사는 물론 출국금지 장기화도 걱정스러운 사안이다. 현재 사정당국으로부터 출국금지를 당한 대기업 총수로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다. 이들의 출국금지는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 등 해외 시장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특검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시장 내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천명하며 글로벌 기업들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인들이 글로벌 사업 현장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우리 기업이 해외 기업과의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삼성전자가 연내 완료키로 했던 전장부품 전문 기업 ‘하만’ 인수 작업이 적잖은 차질을 빚을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삼성의 하만 인수를 반대하는 주주들이 반대 사유로 이 부회장의 구속 등을 들 경우 부정적 기업 이미지 추락도 함께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다보스포럼과 보아오포럼 등 글로벌 경영 네트워킹 구축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최태원 회장은 다보스포럼과 보아오포럼의 단골 참석 인사였고 이재용 부회장도 보아오포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보폭을 넓혀왔다.

특히 각 총수들은 이들 포럼에 참석해 해외 기업인들은 물론 각국의 정부 관계자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며 민간 외교사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특검의 수사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이들의 포럼 참석은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특검의 고강도 수사로 총수들의 정상적 경영 활동이 차질을 빚으면 우리 경제의 회복은 요원해진다”면서 “경제 정의 실천이나 정경유착 단절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원활한 경영을 통한 경제 성장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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