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첫 재판에서 지루한 공방 펼쳐져특검, 박상진 前사장 진술 공개 “대통령과 최씨 관계 알았다”특검 “경영권 승계 대가”···삼성 “부정적 영향 끼칠까 두려워”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심리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은 오전 10시에 시작돼 오후 7시를 넘겨서야 마무리 됐다. 점심시간과 휴정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7시간 이상이 걸렸다.
오전에는 특검 측이 공소 요지 및 사건의 의미를 설명하고 그간 조사한 내용에 기반, 반드시 혐의를 입증해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박영수 특검은 “이번 사건은 고질적이고 전형적인 정경유착 범죄”라면서 “삼성과 최순실은 한 배를 탄 것이며, 앞으로 재판에서 상세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오후 재판에서 특검측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삼성과 민간인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최순실, 박근혜 전 대통령간의 대가성 여부를 증명하는데 중요한 증인인만큼 그의 진술 조서를 공개하는데만 4시간여가 소요됐다.
박 전 사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삼성 측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는 특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인물이다.
특검이 공개한 조서에 따르면 그는 2015년 7월 최씨의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 대통령에 대한 최씨의 영향력에 대해 들었으며 박 전 대통려과 최씨의 관계를 파악했다.
공개된 조서에서는 “박원오 전 전무가 ‘대통령이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를 친딸처럼 아끼는데, 정씨가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대비해 독일에서 전지훈련을 할 수 있도록 삼성에서 3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레이저 눈빛’으로 쏘아보는 등 정씨에 대한 지원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박 전 사장은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단독으로 면담했을 당시 승마협회 지원을 크게 질책했다고 들었다”며 “최순실 측에서 겁박을 하면서 요청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을 30분 쯤 만났는데 15분 동안 승마 이야기만 했다”고 말했다“며 ”이 부회장이 ’신문에서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빔 같을 때가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과 독대 이후 삼성이 본격적으로 정씨를 지원하게 됐다는 뜻이다.
특검은 이러한 박 전 대통령의 지원 요구를 삼성이 들어주면서 정부로부터 경영권 승계 작업에 필요한 도움을 받은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이 강요했기 때문에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이번 사건의 실체는 “대가성 없는 지원”이라고 확신하면서 특검측의 공소에 대해 “증거가 아닌 예단과 선입견에 기반하고 있으며 추측과 비약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맞섰다.
이어 “미르 및 K스포츠재단 관련해 삼성이 출연한 경위는 다른 대기업과 다를 게 없다”며 “현대차와 LG는 피해자고 삼성은 뇌물공여자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진 전 사장의 조서에 대해서는 재판 시간이 길어져 다음 공판에서 세부 설명을 하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특검측이 반대해 재판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화를 내며 지원을 요청했고, 그 요청이 이번 사건의 계기라는 건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최씨가 겁박하며 요청해 삼성의 입장에선 어쩔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사장의 진술을 보면 일관된 부분이 있다”면서 “2016년 7월2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가 있은 후부터 최순실씨과 대통령과의 관계를 파악하고 정씨를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의 존재를 미리 알고 경영권 승계를 위해 뇌물을 줬을 것이란 예단을 갖고 수사를 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박 전 사장은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고 삼성 측에 심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대통령의 부당행위가 두렵다기보다는 최씨가 대통령에게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걸 두려워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박 전 사장은 최씨에게 상당 부분 끌려 다니며 지원한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지루한 법정 공방이 이어진 첫 재판이 끝나자 이번 재판이 장기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 전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진술조서 양도 만만치 않은 상황인데다가 증거 채택에서 특검측과 변호인 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 부분도 남았기 때문이다. 갈 길이 바쁜데 앞으로의 재판에서 특검 측과 이 부회장 측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상 기소 후 3개월 내 제 1심 선고가 이루어져야 하며 제2심 및 제3심은 전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각각 2개월 이내에 진행돼야 한다.
다음 재판은 오는 12일 오전 10시 같은 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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