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법인세율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으로문·안, 큰 틀에서 증세를 위한 법인세 인상 동의법인세 인상, 세계적 흐름과 맞지 않다는 지적
지난 19일 저녁 진행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조세 정의 차원에서 조정해야 할 세목’에 대한 공통 질문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소득이 더 많은 사람, 재산을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내는 원칙을 확실하게 지키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선 후보들이 수많은 복지프로그램 등을 공약하면서 세금을 얼마나 더 걷을지 전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며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로 국민을 속인 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유 후보는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증세 공약을 내놓고 있다. ‘중부담·중복지’를 위해선 조세부담률을 현행 18%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22%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받고 법인세 명목세율도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역시 유 후보와 비슷한 의견이다. 심 후보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인 25%로 회복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또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등에 추가로 일정 비율을 부과해 사회복지세를 도입하겠다는 의견도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역시 큰 틀에서 증세를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문 후보의 증세는 법인세보다 재벌 중심의 부자 증세가 우선이다. 고소득자와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법인세 실효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후 재원이 부족할 시 법인세 명목세율을 25%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안 후보는 누진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의 재정이 비효율적이고 투명하지 못해 과세제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법인세의 경우 문 후보와 비슷하게 명목세율 대신 실효세율 인상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유력 대선 후보 가운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만이 유일하게 증세에 반대하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법인세에 대해서는 오히려 감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기업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도 활성화된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홍 후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선후보가 법인세 명목세율을 25%까지 높인다는 데 직간접적으로 동의하는 상황이다. 이는 공약에 비해 재원 마련 대책이 허술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현 상황과 연결지을 수 있다. 특히 계속해서 불어나는 복지 관련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상이 소득재분배를 가져다주지 못하고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과세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말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행한 ‘법인세 오해와 진실’ 보고서를 살펴보면 법인세율을 3%포인트 인상할 시 세수입은 연간 3조6000억원이 증가한다. 반면 법인세율을 현행 24.2%에서 1~2% 인하할 경우 자본순유입은 9조8000억원에서 19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OECD 34개 회원국 중 19개국이 2008년과 비교해 법인세율을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2015년 동안 OECD 국가들의 평균 법인세율은 26%에서 25%로 1.0%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영국인 8%포인트 인하하며 가장 하락 폭이 컸고 일본이 7.4%포인트로 뒤를 이었다. 특히 복지선진국이라는 핀란드와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도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원은 “법인세율을 인상하고 새로운 과세구간을 신설하는 것은 글로벌 기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법인세율의 하향평준화 현상은 자본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을 제고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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