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은 삼성전자에서 출발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중단 발표총수일가 공백 상황서 추진 어려워금산분리 구체안 전까지 시간 있어
순환출자는 ‘A사→B사→C사→A사’로 지분 관계가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총수일가에게는 적은 지분으로 의결권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새정부도 순환출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간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이를 규제하는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비롯해 총 7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다. 이 중 가장 핵심적인 회사로 삼성물산이 꼽힌다. 삼성물산은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4.28%)와 삼성생명(19.34%) 지분을 비롯해 삼성SDS(17.08%), 삼성바이오로직스(43.44%), 삼성엔지니어링(7.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17.23%를 보유한 것을 비롯해 오너일가 지분만 31.11%에 달한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총수로 불리는 것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라는 지위 때문에 가능했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계속해서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 삼성SDI(2.13%), 삼성전기(2.64%), 삼성화재(1.38%) 등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후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지주사 역할을 하기에는 주력 회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율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금산분리 강화 정책을 추진할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결국 삼성물산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확고히 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이 검토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합병하는 그림을 예측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1월 말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최적의 지배구조를 검토하겠다”며 “검토에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은 결국 무산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중단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법률‧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한 뒤 결과를 주주들에게 공유하겠다”면서 “다만 검토 과정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중단을 선언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중단은 이 부회장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인적분할시 자사주 활용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회사의 중대 결정에 대한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공백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결단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인적분할시 자사주의 의결권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도 하다. 불확실한 현재 상황이 이어지는 동안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재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하는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중간금융지주사 도입도 필요하다. 비금융회사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등 금융회사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삼성으로서는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라는 두 개의 산을 넘어야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삼성의 바람대로 흘러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삼성으로서도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삼성은 그동안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왔고 현재 남아있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더라도 그룹 지배권에 큰 타격이 예상되지는 않는다.
다만 금산분리 강화는 삼성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특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활용할 수 없게 되면 삼성전자의 경영권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결국 정부가 구체적인 금산분리 규제안을 내놓을 때까지 시간이 있는 셈이다. 따라서 정부가 금산분리와 관련해 구체적인 규제안을 만들어내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삼성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