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인수방침 밝힌 이후 7개월 끌며 혼전 거듭SK하이닉스, 美 베인캐피탈 손잡으며 컨소시엄 구성우선협상자 되고도 WD에 유리한 고지 내주기도향후 반독점 심사 등 절차 거친뒤 빠르면 내년 3월 마무리
20일 NHK 등 일본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 측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미국 투자사인 미국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에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하기로 했다. 한미일 연합에는 SK하이닉스와 미국의 애플, 델을 비롯한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포함돼 있다.
◇인수 경쟁 치열···지난 7개월간 혼전 거듭=도시바는 올초 지난해 원자력사업에서 7조 이상의 손실을 입고 부실 경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이에 도시바는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한다는 자구책을 발표했고, 3월부터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예비입찰을 진행하면서 도시바는 당초 19.9% 지분 매각을 50% 이상으로 조정하면서 경영권까지 포함한 매각안으로 변경했다. 반도체 시장 규모가 매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도시바 인수가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도시바는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D램과 비교해 취약한 부분으로 지적된 낸드프래시 사업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바 인수가 필요했다. 도시바가 가진 거래선을 통한다면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단숨에 높일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SK하이닉스는 낸드 부분 세계 시장 점유율 5위에 머무르고 있다.
예비 입찰이 마무리된 4월에는 SK하닉스와 웨스턴디지털(WD), 훙하이 등을 인수 후보로 압축했다.
도시바 메모리의 인수 규모가 커지자 기업들간 연합체가 꾸려지기 시작했다. 베인캐피털 중심의 한미일 연합과 브로드컴 컨소시엄 양진영으로 편성됐다. 한미일 연합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일본 산업혁신기구, 일본 정책투자은행 등이 참여했고 브로드컴 컨소시엄은 브로드컴과 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컨소시엄으로 구성됐다.
지난 6월 21일 도시바는 메모리 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SK하이닉스가 속한 한미일 연합을 선택했다. 이후 절차가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도시바는 입장을 바꿨다. 도시바 메모리 매각을 반대해온 WD가 새로운 안을 제시하며 판을 뒤집었다. 앞서 5월에는 도시바측에 “우리 허락없이 메모리 못판다”는 내용의 국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한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도시바는 WD와 대만 홍하이와도 협상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달 27일에는 WD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도시바 입장은 나흘 만에 또 바뀌었다. 한미일 연합과 WD, 홍하이 모두와 협상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원점으로 돌아왔다.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서 유리한 입지에 오른 것은 이달 13일 도시바가 베인캐피탈이 이끄는 컨소시엄과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내는 걸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발표를 하면서다.
이날 오전 이사회가 열리기 전까지 WD는 도시바에 새로운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지만 반전없이 한미일 연합이 인수자로 선정됐다. 이를 두고 채권은행단의 압박을 받고 있는 도시바가 WD의 새로운 제안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그다지 매력적인 제안이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도시바는 채무초과에 따른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선 2017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2018년 3월 말까진 매각 절차를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 이후 절차를 생각하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향후 한미일 연합에 참여하는 각사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인수를 승인받아야 한다. 이후 한미일연합과 도시바는 법적 구속력을 갖춘 계약을 체결한 후 실사를 거쳐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본계약을 위한 세부 사안 논의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본 계약이 체결되면 각국 규제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받아야 한다. 반독점 심사는 통상 6~9개월 정도 소요된다. 심사가 마무리 되고 문제가 없다면 계약 당사자간 계약 사항을 이행하게 된다. 모든 절차가 끝나는 시점은 빠르면 내년 3월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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