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흑백TV 시대부터 경쟁 시작주도권 잡기 위해 상대 비방도 불사최근 프리미엄 TV 놓고 경쟁 치열해져
“삼성 vs LG 또 ‘TV 전쟁’(서울신문)
“삼성 vs LG, 끝없는 TV 공방···점유율 조사방식 놓고 ‘으르렁’”(한국경제)
삼성-LG, TV 놓고 계속되는 ‘신경전’ (뉴스웨이)
최근 며칠간 유력 언론의 인터넷판이나 지면 산업면을 장식한 기사들 제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싸움이 또 다시 시작됐다. ‘공개추첨을 해서 당첨된 사람에게만 TV를 판다’던 60년대를 지나 누구나 TV를 살 수 있게 된 지금도 두 회사간의 자존심 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TV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삼성과 LG의 경쟁을 꼽는다. 두 라이벌이 끊임없이 신경전을 펼치며 지난 50년동안 기술 혁신 경쟁을 한 덕분이라는 뜻이다.
삼성과 LG의 신경전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9년 설립된 금성사(LG전자 전신)에 이어 고(故)이병철 회장이 1969년 삼성전자를 설립하면서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 걸쳐 금성사와 삼성전자는 TV 시장에서 격렬하게 맞붙었는데, 흑백 TV 시대에 승자는 단연 금성사였다. 금성은 1966년 국내 최초 TV인 ‘VD-191’을 출시했다. 당시 금성TV의 가격은 6만8000원으로 66년 도시근로자 한가구당 월소득이 1만175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함부로 만질 수도 없는 제품이었다.
이후 금성은 69년까지 9종, 70년대에는 111종의 흑백 TV 모델을 선보이며 국내 TV 시장을 이끌었다. 이후 삼성전자 역시 TV를 출시했지만 금성을 앞지르기엔 역부족이었다.
삼성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1975년 삼성전자 '이코노TV‘의 흥행이다. 이코노 TV는 전원을 켜면 예열 없이 화면이 바로 켜지는 ‘순간수상(瞬間受像)’ 방식 브라운관을 채택한 절전형 제품이다. 삼성은 이코노TV 광고에 ‘세계에서 3번째, 한국에서 첫 번째’ 문구를 통해 후발주자 이미지를 지우는데 성공했다. 해당 제품은 출시되던 그해 12월 국내 판매량만 3만4000대를 기록, 월간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TV 시장의 패러다임이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면서 삼성과 금성의 위치가 뒤바뀌게 된다. 삼성은 1984년 국내 텔레비전 시장 1위에 올라섰다.
이때 삼성은 컬러TV 광고를 제작해 장점을 부각했는데 아이들이 꽃밭을 뛰노는 모습을 통해 선명한 색상을 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TV에 다양한 색상이 활용된다는 점을 시청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마지막에 무지개를 등장시키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금성은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컬러TV 광고로 맞불을 놨다. 금성은 이전까지 라디오와 흑백 TV 등 ‘국내 최초’ 제품 제조기였던만큼 전자제품하면 ‘금성’이라는 명성을 십분 활용한 광고를 내보냈다.
1992년에는 위성수신 컬러 TV를 놓고 경쟁을 펼쳤다. 삼성전자가 인공위성으로부터 방송 정보를 수신할 수 있는 위성수신 컬러 TV를 출시하자 LG전자 역시 같은 기능의 제품을 얼마뒤 선보였다.
1993년 삼성전자가 바이오 TV를 선보이자 LG전자는 한달 뒤 원적외선에 음이온까지 발생시키는 음이온 TV를 출시하며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이후 와이드 TV 시대로 접어들면서 삼성전자는 ‘명품’을 LG전자는 ‘아트비전’을 내세워 신경전을 펼쳤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경쟁은 혈투를 방불케 했다. 상대 기술력을 비방하며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1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D TV와 스마트TV 기능이 합쳐진 제품을 나란히 출시하면서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두 회사의 시연회에서는 상대방 제품과 기술방식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삼성과 LG의 자존심 대결은 기술력 경쟁, 혁신이 가능하도록 만들었고 글로벌 TV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국내에서의 경쟁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1,2위 싸움을 벌이면서 최근에는 프리미엄 시장을 놓고 혈투 중이다.
지금까지 비슷한 제품을 비슷한 시기에 출시하며 경쟁을 지속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TV 경쟁에 돌입하면서 각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삼성은 QLED TV를, LG는 OLED TV 진영을 꾸렸다.
LG전자는 지난 2012년 처음으로 OLED TV를 공개한 후 2013년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섰다. OLED TV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LG전자는 초프리미엄 시그니처를 앞세워 OLED TV W를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화질면에서는 UHD얼라이언스의 HDR10과 돌비의 돌비비전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QLED TV로 맞서고 있다. 퀀텀닷을 활용해 LCD 한계를 극복한 모델이다. 지난 9월 열린 국제가전박람회 IFA 2017에서 기존 55인치, 65인치, 75인치 제품과 함께 88인치 QLED TV를 선보이며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 중국의 TCL, 하이센스 등과 QLED 진영을 꾸린 삼성전자는 삼성이 주도하고 있는 ‘QLED HDR(하이다이나믹 레인지)10 플러스’ 연합에 20세기폭스, 파나소닉 등을 파트너사로 끌어들이며 기술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OLED와 QLED로 노선이 갈라진 가운데서도 신경전은 계속 됐다. 특히 QLED 명칭 사용을 놓고 다툼을 벌였는데, LG전자는 ‘스마트폰, 노트북, TV에 사용하겠다’며 특허청에 ‘QLED’의 상표 등록을 출원했다가 거절되면서 다툼이 벌어졌다.
당시 삼성전자는 재판부에 “QLED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일반명사이기 때문에 특정 업체에 상표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 LG전자의 QLED 상표권 등록을 저지한 바 있다. LG전자는 이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대법원에 상고하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LG OLED TV에 대한 공세를 시작하면서 TV 시장 주도권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유튜브를 통해 LG전자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잔상 현상’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삼성은 유튜브에 ‘QLED(양자점 발광 다이오드) 대 OLED, 12시간 화면 잔상 테스트’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1분43초 영상에는 QLED와 OLED 패널을 설치, 게이머 여러명이 12시간 연속으로 비디오 게임을 한 뒤 화면을 비교하는 모습을 담았다. 영상은 OLED 패널 잔상을 부각하고 ‘12시간의 테스트 이후 자사 제품인 QLED에는 잔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삼성전자는 해당 영상은 소비자 알권리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LG전자는 공식적인 입장은 피하면서도 삼성이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직접 비방마케팅에 나선 것에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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