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론자들 즐비한 문재인 정부서자사주 금지법에 순환출자 법안 가능성도2010년 템플턴 트라우마도 반영된 듯정 회장 지배력 강화로 제 2 도약 노린 듯
29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999년부터 아버지 고 정세영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이어받아 현대산업개발을 이끌고 있는 정몽규 회장이 최근 지주회사 체제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날 공시를 통해 "검토중이다. 확정된 건 없다"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다음달 5일 이사회를 열어 기업분할을 결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회사 주식을 나눠 갖는 인적 분할이 유력하다. 기존 현대산업을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인 현대산업홀딩스(가칭)와 사업회사인 현대산업(가칭)으로 나누고 투자회사가 지주사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재계와 시장 일각에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재벌개혁론자들이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 전면에 나서면서 그의 지배체제 전환을 부추겼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민들의 광화문 촛불시위가 최고조에 올라 정권교체가 유력하던 지난 1월부터 현산이 자사주를 매입하기 시작할 당시부터 정 회장이 지배체제 전환 등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산은 지난 2006년 9월 이후 10년간 자사주를 사들이지 않고 있다가 올초부터 자사주를 사 모아 7%대까지 끌어올리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재벌개혁론자들이 즐비한 문재인 정부인 상황에서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을 제한하는 법안마저 국회에 올라가 있다보니 이번 기회를 놓치면 경영권 강화 등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 청사진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정 회장을 움직이게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게다가 지난 2010년 7월 템플턴자산운용이 정몽규 회장의 지분율을 넘어서 현산 최대주주가 된 적이 있는 등 트라우마가 있어 지배력 강화는 그의 지상과제이기도 하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도 마찬가지다. 현대산업개발은 현대산업개발→현대EP→아이콘트롤스→현대산업개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하고 있는데 순환출자해소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강제적으로 3년 이내에 이를 해소해야 한다.순환출자해소 입법화는 친기업보다 친서민에 가까운 문재인 정부에서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래저래 정 회장의 기업분할 등 지주사 전환 작업에 속도를 붙게할 재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현대산업개발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돌파하는 등 사업적으로 고점을 찍고 있는 데다가 이런 시점에서 M&A 등 사업 확장을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란 시각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는 정 회장이 자사주와 아이컨트롤스를 활용해 현대산업개발의 지배구조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대산업개발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지주회사를 아이콘트롤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 연구원은 “현대산업개발이 자사주를 9% 이상 매입하고 아이콘트롤스와 합병한 뒤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하면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에 30% 정도의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안으로 현대산업개발과 아이콘트롤스의 합병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해 8월 기업에게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가하는 지분요건을 30%에서 20%로 낮추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정회장이 아이콘트롤스는 지분 29.9%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규제를 피하고 있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정 회장은 아이콘트롤스 지분 일부를 처분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아이콘트롤스 매출을 분산해야 한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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