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거래 전면금지도 배제하지 않아”최종구 “스트레이트 규제로 가도 되는지 의문”김동연 “혁신적인 측면도 없지 않아 고민”
다른 쪽에서는 혁신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입장을 내놓는다. 비트코인을 놓고 부처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트코인에 투기성 자금이 몰리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범정부 대책팀을 새로 꾸려 거래 규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4일 ‘가상통화 대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가상 통화 거래를 엄정 규제하는 방안을 조속히 검토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비트코인을 ‘사행성 투기’라고 규정하며 가상화폐 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비트코인 관련 규제 수위에 대해선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며 “현행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비트코인 이용 범죄는 사기나 유사수신 등 현행법으로 단속하고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거래 전면금지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또한 11일 기자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비트코인 거래와 관련해 “비트코인 거래를 금융거래로 보지 않는다”면서 “금융거래로 인정할 때 여러 문제가 파생될 수 있어 제도권 거래로 인정할 수 없고, 당연히 선물거래도 안 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거래 전면 금지를 포함해 어느 수준으로 규제할 것인지 정부 내에서 논의 중”이라며 “(정부의 규제는) 비트코인 거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무분별한 투기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 위원장은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조심스러운데, 그래도 규제를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는 입장”이라며 “법무부는 비트코인 거래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그러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스트레이트 규제로 가도 되느냐는 의문도 있다”고 말했다. 즉 법무부의 전면 거래 금지 등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금융위의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규제와 관련해 “가격 변동성이 커서 (들여다)보고 있고, 관계부처 간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11일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에서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전하며 “국내 투기를 포함한 여러가지 상황과 해외 동향, 추세를 같이 검토하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당장 정부가 규제에 나서기에는 고민스러운 대목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투자자 보호나 투자 과열과 관련해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화폐냐 자산이냐 논란이 있다”면서도 “혁신적인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에 두 가지 측면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기 상황과 투기 과열, 해외 동향을 보면서 부처간에 고민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날 가상화폐 광풍에 대해 청와대도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수보회의 직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오늘 가상통화 동향 및 대응 방향에 대한 검토가 있었고, 대통령과 총리의 주례 오찬회동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가상화폐 관련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관리하면서 필요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화폐를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통화당국 한국은행 또한 적잖은 생각거리를 던지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만원 이상 가치가 왔다갔다 하는 가상화폐를 ‘화폐’로 볼 수는 없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비트코인이 화폐는 절대 아니다”면서 “10여년 전 등장한 ‘바다이야기’ 같은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 거래는 성가시기는 하지만, 그 규모가 커져 무시할 수는 없는 정도”라면서 “‘신발 속 작은 돌멩이’로 비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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