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철’ 빙의한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률정부 규제 절실하지만 자칫 혁신성장 ‘제동’ 우려도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신기술 규제’ 부정적文대통령, 참여정부 때 강남땅 광풍 몸소 경험
비트코인은 일명 가상화폐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 가상화폐 시장의 ‘큰손’으로 통한다. 외신에서는 한국을 “비트코인에 빠진 나라”라고 설명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6일 “세계 어느 곳보다 가상화폐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하며 이 같이 설명했다. 그럼 한국에서는 왜 비트코인 투기 광풍 현상이 일어날까. 해마다 증가하는 비트코인 가격상승이 한 몫 한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에만 10배 이상 상승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올해 1월1일 비트코인 가격은 1단위당 121만6000원이었으나 지난달 말 1122만원까지 팽창했다. 달리 말해 부동산 이외의 큰 수익을 취할 수 있는 ‘재무 테크놀로지(재테크)’의 일환인 셈이다. 비트코인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이유다.
다만 비트코인 시장에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법칙이 존재한다. 수익이 높은 만큼, 다양한 사기 및 해킹사건이 비일비재하다는 얘기다. 결국 시장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제어할 수 없게 되자 ‘정부가 나설 때가 됐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비트코인 제어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새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한 ‘혁신성장’을 새로운 경제 축으로 삼고 있다. 자칫 정부가 비트코인 규제에 나섰다가 ‘블록체인(비트코인 거래내역 장부)’ 등 혁신성장 동력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캐나다의 미래학자이자 경영전문가인 돈 탭스콧은 지난 1일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신기술을 규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시장의 합리적 규제책을 마련해야 하는 청와대는 현재 이렇다 할 대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10일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새로운 기술이라는 측면과 유사수신이라는 측면이 동시에 있다. (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청와대 내부에서도 논쟁이 있는 만큼 종합적인 그림이 나와야 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비트코인에 따른) 버블문제가 심각하다”며 “그렇다고 지금 당장 투기라고 해서 이 기술을 묶어버리면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기회까지 묶일 수 있기 때문에 태스크포스(TF) 등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11일 금융권과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관계부처는 ‘가상통화 합동 TF 회의’를 이번 주 열고 규제안을 논의한다.
한편 비트코인 투기 광풍은 이전 노무현정부 때 불거졌던 강남 부동산 광풍을 연상케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무현정부 때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세’와 현재 ‘비트코인 가격 급등세’가 유사하다는 것. 당시 노무현정부는 강남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중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개발부담금제’, ‘재건축 개발이익 50% 환수제’ 등 30여건이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집값은 진정되지 않았다. 이때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비서실장 및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하며 강남 부동산 광풍을 바라본 경험이 있다. 비트코인 투기 광풍을 직면한 문재인 대통령과 당정청이 고심을 거듭하며 신중론을 구사하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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