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차입금 상환 부담에 거절한듯 ‘투자금 보존’ 급급해 경영정상화는 뒷전 “장기적 관점에서 재검토 필요” 지적도
15일 SK그룹은 ‘금호타이어 인수설’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지분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시했다. 앞서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기는 했으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거절당하자 방향을 바꿨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SK그룹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제동이 걸린 데는 산업은행의 반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SK 측이 인수 의사와 함께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출자전환, 감자계획 등을 제시하자 부담을 느낀 산은 측이 이를 거절했다는 분석이다.
SK그룹이 금호타이어의 차입금 만기 연장을 요구함에 따라 산업은행은 SK에 경영권을 넘기려면 차입금 상환을 유예해줘야 하는 입장이었다. 즉 투자금 보존이 어렵다는 얘기다. 아울러 유상증자로 지분율이 떨어지면서 금호타이어에 대한 지배력이 줄어든다는 점도 산은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부분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다 좋은 조건을 원하는 산은 측이 SK그룹에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적절한 시기에 새로운 인수 후보가 등장했음에도 산은의 오판으로 부담을 덜어낼 기회를 놓쳤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채권단 주도로 금호타이어의 회생절차를 진행한다고 해도 채무재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상당한 손실이 예상되는 실정이었다.
앞서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추진할 때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당시에는 주식매매계약(SPA) 과정에서 제시한 ‘금호’ 상표권 허용과 대출 차입금 연장, 방산부문 분리 등 선행조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채권단이 투자금 보존을 위해 무리하게 매각을 진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표권은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 간의 갈등이, 채무 연장은 채권단 내부 이견이 문제였다.
그리고 방산부문의 분리 매각은 애초에 어려운 작업으로 여겨져왔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채권단은 매각 불발 시 경영진에 부실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보유하던 우선매수권도 박탈하겠다는 폭탄발언을 쏟아내 빈축을 샀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거래가 무산되면서 금호타이어는 주인도 찾지 못한채 기업 가치만 떨어뜨린 결과를 만들었다. 매각 이슈에 꾸준히 시달리면서 실적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여기에는 분명 뚜렷한 원칙없이 매각을 추진한 채권단의 책임도 있지만 이에 대한 해명도 없었을뿐더러 이번에도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이에 금호타이어 안팎에서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SK그룹의 제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경영정상화 문제를 놓고 채권단과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금호타이어 노조조차도 SK그룹의 인수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는 SK의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금호타이어의 정상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에서다. 이를 반영하듯 ‘SK 인수설’이 터져나오자 금호타이어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이 인수해 금호타이어를 회생시키면 보유지분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만큼 채권단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며 “산업은행이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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