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외이사 연임 고사···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의도?

KB금융지주 주주총회. 사진=최신혜 기자 [e-mail]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책임성 강화를 요구한 가운데 KB금융의 사외이사 2명이 연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일부 사외이사의 연임 고사의 배경에는 노조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영휘 KB금융 이사회 의장과 이병남 사외이사가 오는 3월 23일 임기를 끝으로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부적으로 밝혔다. 사외이사의 연임 여부는 16일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 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KB금융은 2014년에 마련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준용 해 사외이사에게 최초 2년의 임기를 부여한 뒤 매년 연임하는 방식을 선택하며 최장 임기를 5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오는 3월 임기가 도래한 6명의 사외이사는 원칙적으로 한번 더 연임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KB금융 사외이사 일부가 연임을 고사한 것이 금융당국의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제도 개선 요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행정혁신위(이하 혁신위)는 지난해 말 민간 금융기관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이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노사 문제의 특수성을 감안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한 발 물러났지만 올해 신년사에서는 “사외이사 등 이사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이사회 운영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신년사에서 “사외이사나 감사 등 독립적 견제장치가 제대로 구축돼 있고 합리적으로 작동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이 현직 사외이사의 교체를 직접 지목하진 않았지만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책임성, 견제 역할에 대한 지적이 그간 드러내온 경영진에 우호적인 사외이사와 최고경영자 연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금융지주사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금융당국이 권고한 노조 사외이사제 도입을 준비하기 위해 사외이사 공석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실제 KB금융 노조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근로자추천이사제 안건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단일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 역시 이 안건에 찬성표를 던질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KB금융 노조가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했을 때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그러나 지난 주총에서도 노조 사외이사 선임 안건 찬성은 17.73%에 불과했고 70%에 달하는 지분을 거머쥔 외국인투자자들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주총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혁신위가 민간 금융사의 사외이사 제도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고 기재부가 KDI에 부탁한 근로자추천이사제 연구 결과가 긍정적으로 도출 가능성이 있어 금융당국 차원에서의 제도 도입이 강제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주주들이 노조 추천 이사제를 반대했던 만큼 주주총회를 통한 제도 도입은 쉽지 않아보인다. 다만 금융당국 차원에서의 가이드라인 제시가 있을 수 있어 향후 제도 도입의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