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영업이익 50조원 돌파반도체·스마트폰 실적 이끌어이 부회장 이후 투자 중단돼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 우려
31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39조5800억원과 영업이익 53조6500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8.7%, 영업이익은 83.5%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삼성전자의 최대 실적은 반도체 슈퍼 호황이 이끌었다. 지난해 반도체 영업이익만 35조2000억원에 달했다. 또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부문은 2014년(14조5600억원) 이후 가장 높은 11조8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실적 역시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달려 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슈퍼 호황의 지속 여부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 시장도 서버용과 모바일을 바탕으로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64단 3D V낸드와 10나노급 D램 제품으로의 전환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제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카메라 등의 핵심 기능과 빅스비 등의 서비스를 강화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매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저가의 경우 라인업 운영 효율화와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한 수익성 유지에 주력해 실적 성장을 이어간다는 목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위기론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세계적으로 연간 50조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기업은 미국 애플 정도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삼성전자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삼성전자를 겨냥한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가 발동됐고, 중국에서는 삼성전자에 반도체값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2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호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자리에서 반도체 가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한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올해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더라도 삼성전자와의 기술격차는 쉽게 좁히지 못하겠지만 공급 과잉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미래먹거리 확보다. 삼성전자는 전장·바이오 등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한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해 오다가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중단된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말 자동차 전장 사업을 키우기 위해 글로벌 1위 업체인 하만을 인수하며 단숨에 선두권으로 뛰어올랐다. 한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단행하면서 격차를 극복한 것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삼성전자의 미래를 좌우할 M&A는 자취를 감췄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M&A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당장 올해 투자 계획도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M&A는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 실적을 중요시하는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며 “삼성전자가 제때에 투자를 단행하지 못하면서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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