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하나·국민 등 채용비리로 고발 4대 은행 중 신한은행만 부담 덜어내 앞선 논란 후 시스템 개선 힘쓴 결과당국과의 원만한 관계도 영향 미친듯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게 전달한 보고서에서 두 차례에 걸친 ‘은행권 채용비리’ 현장검사 결과 총 22건의 의심사례를 포착했으며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측이 보고서에 은행명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많은 정황이 포착된 곳은 KEB하나은행(13건)이었고 국민은행(3건)과 대구은행(3건), 부산은행(2건), 광주은행(1건) 등도 각각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만 놓고 따지면 국내 4대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만 유일하게 채용비리 의혹에서 빠져나온 셈이 됐다. 우리은행의 경우 금감원 현장검사를 받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다. 여기에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새로운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를 놓고 외부에서는 과거 비슷한 사례로 풍파에 휩싸인 신한은행이 철저한 시스템 관리를 통해 위기를 풀어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신한은행도 앞서 그룹차원의 특혜채용 논란이 일면서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신한지주 계열사 임원의 자녀가 각 계열사에 채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일례로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의 아들 라모 씨는 지난 1992년 신한은행에 입사한 뒤 신한프라이빗에쿼티(PE) 이사로 재직하다 사임했는데 나이보다 이른 시기에 이사 직함을 달아 부모의 후광을 업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또한 한동우 전 회장의 자녀를 비롯해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의 자녀가 신한금융그룹에 몸담은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때문에 이 같은 여론을 감지한 신한은행이 채용절차에 각별히 신경을 기울였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현재 신한은행은 블라인드 방식을 통해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먼저 입사 지원서에 직무와 관련없는 항목은 삭제하고 직무와 관련된 역량·경험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으며 증명사진 등 역량 판단과 관계없는 항목은 제거했다. 면접관도 분야별 현업 전문가로 구성했다. 지원자의 단순한 이력이 아닌 철저한 직무역량 평가로 직원을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다르게 보는 견해도 있다. 신한지주와 금융당국의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검사에서 적발된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각 지주사가 회장 연임건으로 금융당국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신한지주는 논란이 확산되기 훨씬 전인 지난해초 일찌감치 회장 인선을 마무리지은데다 조용병 회장이 연임한 사례도 아니었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 관계자는 “채용비리 사태로 금융권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끼며 “앞으로도 미진한 부분을 지속 보완해 공정한 경쟁 풍토를 조성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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