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돌연 인수철회 발표···매각 ‘원점’3000억 해외 손실이 결정적···잠재부실 우려 産銀 “몰랐다” 해명에도 ‘의도적 은폐’ 의혹↑기업특혜, 헐값매각 논란 등 여진 이어질듯
8일 금융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전날 산업은행 측과 긴급 회동을 갖고 대우건설 인수에 대한 의견을 나눴으며 이날 오전 산은과 금융기관 등에 인수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지난달 31일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지 일주일여 만이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 결정적인 원인은 지난해 국외사업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재제작에 돌입하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에 3000억원의 잠재 손익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당초 7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던 대우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373억원으로 축소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대우건설의 매출은 2조91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지만 영업적자는 1432억원, 당기순손실은 147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해도 누적 855억원에 불과하던 국외 사업장 손실 규모 역시 연말엔 4225억원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 측은 “대우건설이 상장사인 만큼 실적 발표 전에는 구체적이 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 “건설업이 수주산업이다보니 복잡한 회계방식 등으로 인해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이러한 입장이 여러 수주산업을 겪어온 국책은행의 해명으로서는 다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간 다른 기업으로부터 비슷한 문제가 나타나면서 한바탕 곤욕을 치렀음에도 같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게 대우조선이다. 이 회사가 해양프로젝트 여파로 약 5조5000억원의 손실을 낸 지난 2015년 당시에도 2분기에만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반영하자 대주주인 산은은 부실을 의도적으로 감췄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대우건설의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대우조선의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손실규모가 적고 시점상으로 봤을 때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음에도 산은이 미리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렇다보니 호반건설 측에서도 산업은행이 이미 대우건설의 4분기 실적을 보고받았지만 이를 자신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실정이다.
대우건설 매각이 끝내 무산되면서 산업은행은 당분간 정치권을 비롯한 외부의 거센 공세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사실 대우건설 매각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잡음이 많았다. 가장 먼저 지난 2010년 대비 반토막난 대우건설의 주가(7일 종가 5680원)로 ‘시기 상조’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실세 매각 가격이 기대치인 2조원에 미치치 못하자 ‘헐값 매각’ 논란이 뒤따랐다.
이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전량매각 방침이 ‘분할매각’으로 전환된 것을 들어 특혜시비에 불을 붙였고 당사자인 대우건설 노조도 호반건설의 경영능력과 고용승계 계획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며 매각반대 투쟁을 벌여왔다. 결국 대우건설 매각을 둘러싼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이 이들의 판정승으로 끝나면서 여파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산업은행으로서는 이 과정을 거치며 대우건설의 잠재 부실 가능성이라는 짐을 하나 더 짊어지게 된 만큼 새로운 인수자 물색에 앞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게 급선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대우건설이 한동안 산업은행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에라도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산은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