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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흔들’

[위기의 롯데]신동빈 회장,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흔들’

등록 2018.02.14 15:28

수정 2018.02.19 11:03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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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구속 따른 일본주주 변심 우려호시탐탐 경영권 노리는 형 신동주 최악의 그림은 일본롯데 독자노선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그래픽=박현정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그래픽=박현정 기자

신동빈 회장 법정구속으로 롯데는 창사 51년 만에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예상치 못했던 결과로 인해 그룹 내부에서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롯데는 그룹의 2인자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총수 자리를 대신하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신 회장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일본주주들의 변심이다.

도덕성 문제에 한국보다 민감한 일본 주주들이 신 회장에게 등을 돌린다면 일본 경영권을 잃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종국에는 한국과 일본 롯데가 쪼개질 수도 있다. 신 회장의 구속상태가 길어진다면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틈을 비집고 경영권에 재도전 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일본주주 변심 가능성 있나 없나 = 재계에서는 동생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던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의 구속을 계기로 경영권 복귀를 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보다 경영진의 비리에 대해 엄격한 일본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책임을 지고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일본롯데홀딩스가 조만간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을 소집해 실형을 선고받은 신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결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광윤사 대표인 신 전 부회장이 ‘부친의 뜻’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권토중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각종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최악의 그림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독자 노선을 걷는 경우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 등 일본 경영진이 신 회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경우 호텔롯데 고리안의 계열사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이 지배할 수 있다. 신 회장이 최근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주주들에게 읍소한 것도 이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보유한 광윤사의 등기이사로 부인 조윤주씨를 앉힌 것은 신 회장이 실형을 받아 롯데홀딩스 영향력을 상실할 경우 부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일본내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본은 경영진의 도덕 문제에 한국보다 민감하고 신 회장은 일본 롯데 임원들에게 재판에서 무죄를 밝히겠다고 강조해 왔다”며 “신 회장이 구속된 이상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들이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 경우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실권은 다카유키 사장을 비롯한 일본인들이 장악하게 된다. 일본롯데의 지주사인 일본롯데홀딩스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 주요 주주이며 신 회장의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다만 쓰쿠다 사장이나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신 회장의 측근 인사여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이와 관련한 판단을 유보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롯데홀딩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금으로써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호텔 상장 잠정 중단 = 롯데지주는 국내 계열사 91개 중 42개사를 편입했다. 그러나 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고리의 경우 여전히 일본 롯데홀딩스와 L1~L12 투자회사가 100% 지배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을 떨어뜨리고 신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신 회장이 구속되는 바람에 호텔롯데 상장은 기약없이 미뤄졌다. 호텔롯데 상장에는 일본 롯데측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신격호 총괄회장 시대의 롯데는 100조원이 넘는 사업체는 한국에 있고, 지주회사는 일본에 있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유지해왔다. 2015년 ‘형제의 난’ 이후 신 회장은 ‘원 롯데 원 리더’ 체제를 추진하는 동시에 일본 롯데로부터 한국롯데를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 추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호텔롯데 상장이 롯데 경영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로 좌초되자 신 회장은 롯데지주사 출범을 통해 ‘뉴 롯데’의 그림을 먼저 그렸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유통)과 롯데제과·칠성음료·푸드(식품 계열사)는 지주사에 편입시켰다. 이후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계열사도 지주사로 편입한 뒤 호텔롯데와 지주사의 합병을 통해 한일 롯데를 분리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신 회장의 구속으로 모든것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롯데 관계자는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 회장이 2심에서 풀려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지만 그룹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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