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원장 자신은 '채용비리'와 무관하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김정태 회장의 3연임 등을 놓고 금감원과 대립하는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 원장의 친구 아들이 하나은행에 채용됐던 2013년 당시 점수 조작이나 채용기준 변경이 있었는지 확인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과거의 채용 관련 자료가 남아 있다면 조속히 이를 검증, 사실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혀달라는 입장을 전날 하나은행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일 때 대학 동기로부터 자기 아들이 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했다는 전화를 받고 은행 인사담당 임원에게 그의 이름을 건넨 바 있다. 당시 지주 회장은 현재 3연임을 앞둔 김 회장, 하나은행장은 김종준 행장이었다.
하나은행 안팎에선 최 원장 동기의 아들이 합격선에 미달했는데도 점수 조작 같은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그는 하나은행 모 지점에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최 원장이 은행 측에 이름을 전달한 것이 '내부 추천'일 뿐, 이를 '비리'로 규정하려면 점수 조작이나 기준 변경 등 구체적 불법 행위가 수반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지난 1월 하나은행 채용실태 검사에서 55명의 추천자 이름이 적힌 'VIP 리스트'를 찾아냈지만, 이들 가운데 실제로 점수 조작 등이 이뤄진 6명의 사례만 검찰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과거 채용에서 그룹 임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우수 인재' 추천을 받았고, 이들은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최 원장이 친구 아들의 이름을 알린 것도 이런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금감원이 하나은행에 '자료 공개'를 요구한 것은 최 원장이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과거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비리를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못 박으려는 시도다.
또 최근 2015∼2017년 채용실태 검사 땐 관련 자료가 모두 삭제됐고, 복구하기 어렵다던 하나은행에서 그보다 전인 2013년의 채용 관련 내용이 제기된 데 대한 금감원의 의구심도 깔려 있다.
다만 당시 최 원장의 연락을 받고 하나은행이 특정인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는 증거가 제시될 경우 최 원장은 자신의 거취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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