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른바 ‘5000만원 셀프 후원’ 의혹에 대해 공직선거법 제113조 위반이라고 판단한 결정이 내려진 후 사의를 표명했다. 이로써 김 원장은 지난 2일 취임한 이후 불과 14일 만에 물러나게 됐다. 역대 금감원장 중 최단명 사례다.
최흥식 전 원장이 채용비리 연루 혐의로 불명예 퇴진한데 이어 김기식 전 원장마저 물러나면서 문재인 정부는 결국 혁신적 금융 정책을 제대로 구현해 보지도 못하고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이게 됐다.
최 전 원장은 금융회사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민간 금융회사와 첨예한 갈등을 벌이다 물러났고 김 전 원장은 은행권의 고금리 대출 영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권리 신장을 꾀하다 본인의 과오에 발목이 잡히면서 중도 사퇴하게 됐다.
무엇보다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개혁하겠다고 외쳤던 김 전 원장이 물러나면서 은행권의 영업 행태 개선 작업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19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재벌 금융회사에 대한 대대적 혁신을 외쳐왔던 김 전 원장이 물러나게 된 만큼 오는 7월부터 시행하게 될 복합금융그룹 통합감독 체계 시행 역시 당초에 구상했던 수준보다 한발 물러서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다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기존 금융 정책 기관의 수장들은 여전히 건재한 만큼 기존의 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은행권의 영업 행태에 대한 당국의 비판은 사실상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김 전 원장이 물러나고 다른 인물이 금감원장으로 온다고 해서 영업 행태 개선 요구가 수그러드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은행권 입장에서도 이 현안에 대한 문제 인식을 하고 있는 만큼 당국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책 변동보다 더 큰 문제는 정와대의 감독당국 인사 원칙의 혼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금융권 전반에 만연한 각종 적폐 청산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관료 출신 인사의 인선을 부정적으로 언급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취임한 두 명의 민간 출신 금감원장이 모조리 불명예 퇴진한 만큼 관료 출신 금감원장으로 급선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에 관료 출신 인사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동안 당국 차원에서 구상돼왔던 강성 금융 혁신 작업은 사실상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며 “관료 출신 원장이 온다고 하더라도 금융 소비자 권리 신장 등의 정책 혁신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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