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교보증권 지분 매각 검토본업인 보험업 모든 역량 집중할 듯자본확충 자금 3000억원 확보 가능증권업 철수 시 종합 금융지주 무산
오는 2021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본업인 보험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사업구조 개편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과거 4대 시중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 인수를 시도하며 종합 금융지주사 도약을 꿈꾸던 신 회장이 증권업 철수로 꿈을 접을지 주목된다.
교보증권은 지난 12일 최대주주 교보생명의 지분 매각 추진설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전날 조회공시 요구에 “교보생명은 지분의 지속 보유, 합작회사 추진 또는 지분 매각 등 교보증권의 발전 방안으로 고려 가능한 사항 전반에 대해 통상적 수준에서 검토 중에 있음을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우리은행의 교보증권 인수 추진설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교보생명은 이번 공시를 통해 지분 매각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주식 1858만5473주(51.6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교보생명은 지난 1994년 대한증권을 인수해 사명을 변경했다.
교보생명이 실제로 교보증권을 매각할 경우 신창재 회장이 최대주주인 교보생명 아래 교보증권, 교보악사산운용,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을 거느리는 교보생명의 지배구조는 더욱 단순해진다.
보험업과 증권업이라는 금융업의 양대 축 가운데 한 축을 허무는 지분 매각 검토는 오너인 신 회장의 결단 없이는 추진할 수 없는 사안이다. 신 회장이 지난 25년간 끌어안았던 교보증권을 버릴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자 교보생명의 일부 직원들도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교보생명이 오는 2021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IFRS17은 보험계약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회계기준으로, 지난해 5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기준서를 확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행 위험기준 지급여력(RBC)제도와 달리 시가평가에 따른 자본 변동성 확대 등 리스크 요인을 반영한 K-ICS가 시행될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이에 대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자본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증시 상장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7월 국내 보험사 중 최초로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올해도 5억~10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 중이며, 오는 7월 중 발행을 완료할 예정이다.
교보생명이 보유한 교보증권 지분 매각금액은 약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자금 역시 자본 확충에 필요한 실탄을 채우는데 활용될 전망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난달 말 신종자본증권 발행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회계제도와 자본규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사업구조 개선, 내부 유보금 확충,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자본력을 강화해왔다”며 “이러한 조치 이후에도 새로운 제도가 요구하는 자본이 부족할 경우 증자 추진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증권업 철수는 종합 금융지주사에 도약에 대한 신 회장의 꿈을 접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 회장은 과거 우리은행 인수를 통한 제1금융권 진출에 도전장을 내밀며 은행, 보험사, 증권사로 구성된 종합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복수의 투자자를 모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우리은행 인수를 추진하려다 중도 포기했다. 신 회장은 2014년 1월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 참석 당시 “(우리은행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면 인수를 검토하겠다”며 인수 의사를 공식화해 관심을 모았다.
이후 2016년에도 과점주주 매각 방식의 우리은행 지분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혔다가 대규모 지분 투자는 적절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발을 뺐다.
현재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지분 매각은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증권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지분 매각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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