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국 설치 두고 안팎서 논의 난항“교체 여론 의식한 움직임 아니냐” 비판혁신 아닌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 될수도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와 핀테크,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중 금융과 연관된 미래 정책을 담당하게 될 금융혁신국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하반기 중에 신설하는 방안을 두고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 중이다.
당초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올해 초부터 금융위원회 내부 인력이 30여명 안팎 늘어나고 금융혁신국과 소비자보호국을 설치하는 대신 중소서민금융정책국을 폐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금융혁신국은 가상화폐 등 미래 금융 관련 업무와 금융 혁신을 위한 규제 해소 등의 업무를 맡고 중소서민금융정책국이 맡던 서민 금융지원과 금융 소비자 보호 관련 업무와 금융정책국이 담당하던 가계부채 관련 업무를 소비자보호국에 넘기는 것이 대략의 밑그림이다.
다만 금융위의 지나친 업무 확장이 금융위와 금감원 안팎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면서 금융혁신국의 신설 논의는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 관련 혁신 성과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최종구 위원장이 금융당국 안팎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혁신 관련 조직 신설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최 위원장의 이른바 ‘혁신 조급증’은 개각에 대한 압박이 한몫을 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5월 말부터 정부 안팎에서 개각설이 불거지자 교체 가능성이 있는 각료 중 한 명으로 꼽힌 바 있다.
교체 대상 명단에서 이름을 지우려면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 코드와 맞는 금융 정책을 내놔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과감한 혁신을 통해 국민의 금융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구현하길 바라고 있지만 아직까지 금융당국이 내놓은 뚜렷한 정답은 없다.
더불어 금융위 내부의 고질적 인사 적체 현상을 해소하고 금융위의 역량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최 위원장이 금융혁신국 신설을 강조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혁신국 신설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혁신국이라는 조직은 금융위 설치 관련 법령상 하위 기관인 금융감독원에도 있었지만 지난해 최흥식 전 원장이 주도한 조직 개편 과정에서 사라졌다.
업무 중복과 효율성 저하 등의 이유로 사라졌던 조직을 굳이 금융위에 만든다고 해서 혁신의 성과가 배가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오히려 이것이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 다수 관계자들의 공통된 우려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미 가상화폐나 블록체인 등에 대한 정책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기 때문에 현존하는 자원 내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더 확실한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며 “조직 문제를 잘못 건드리게 되면 다수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관료 생활 연장을 위해 혁신 조직 신설을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만약 정말 그렇다면 ‘혁신 주도’라는 말을 할 자격이 없다”며 “보신주의를 과감히 타파하는 것이 금융 혁신의 최우선 원칙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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