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페이스북에 두부공장 빗대 한전 손해 설명해외 원재료 가격 치솟는데 전기료는 그대로 기업 등에 연료비연동제 통해 전기료 인상 필요
김 사장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올린 ‘두부공장의 걱정거리’라는 제목의 글에서 “저는 콩을 가공해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며 “수입 콩값이 올라갈 때도 그만큼 두부값을 올리지 않았더니 이제는 두부값이 콩값보다 더 싸지게 됐다”고 말했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연료를 수입해 전기를 만드는 한전의 역할을 두부공장에 빗댄 것이다. 콩은 LNG 등 연료를, 두부는 전기를 뜻한다. 즉 그는 수입 콩값이 올라갈 때도 두부 가격을 올리지 않았더니 상품 가격이 원료 값보다 더 싸졌다는 것을 ‘두부’를 통해 비유한 것이다.
실제로 유가 상승 등으로 원료비는 올라가는데, 전기 요금은 올리지 못해 한전이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 각각 1294억, 12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오는 2분기에는 33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무려 3분기동안 적자폭만 6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아울러 김 사장은 “두부 소비가 대폭 늘어나고 원래 콩을 두부보다 더 좋아하던 분들의 소비성향도 두부로 급속도로 옮겨간다”며 “소비 왜곡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다른 나라에는 거의 볼 수 없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앞서 김 사장은 지난 26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업의 49%, 대기업의 54%가 심야시간대에 전기를 썼는데 경부하요금이 아니라 심야전기료라고 불러야 한다”면서 “1차 에너지보다 심야전기가 저렴하기 때문에 왜곡된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던 것과 같은 의미로 풀이된다.
당시 그는 “시간대 요금제는 1977년도에 도입됐는데 어차피 기저발전을 계속해야 하는데 (심야에)남는 전기를 버릴 수 없어서 쓰도록 했던 것”이라며 “지난 20년간은 괜찮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상황 굉장히 달라져서 1차 에너지 대신 전기를 쓰는 경우가 굉장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원자재 가격을 회수하고 공장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정상가격을 받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다수 소비자의 공감대를 얻어 시행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소비 왜곡을 해결할 방법으로 기업 등 일부 전력 소비자에게는 연료가격 등 원가를 제대로 반영한 전기요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궁극적으로는 연료비 가격 변동을 전기요금에 연동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김 사장은 연료비연동제를 두고 “전기요금 올리려는 꼼수로 볼 수 있어서 말은 못 꺼내지만 연료비 연동제 얘기도 하겠다”며 “연료값 오르는데 전기값은 놔두면 저희(한전)한테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제는 전기료가 싸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석유 유연탄 가스 등 발전 원료의 국제가격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을 자동 조절하는 연료가격 연동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연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제조업 설비마저 전기에만 의존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해외에선 30여 개국이 이미 연료가격 연동제를 시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전기의 원가에 해당하는 연료가격이 오르거나 내려도 전기요금이 그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데 앞으로는 시장 원칙에 따라 연동해야 한다는 것이 김 사장의 주장이다. 실제로 연료비연동제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국민들에게 요금변화 시그널을 통해 전기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정부가 바뀔 때마다 도입을 추진해왔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이란 우려를 줄 수 있어 매번 도입 문턱에서 좌절됐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연료비는 어찌 보면 발전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도매요금에 따라 소매요금(전기요금)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동안 전기요금이 정치적으로 결정되다 보니 항상 왜곡돼 왔다”고 전했다.
연료비연동제는 몇 개월 동안의 평균연료가격을 분석해 연료비조정단가를 결정, 1~2개월 후에 적용한다는 개념으로 매월 연료비 변동폭만큼 요금수준이 변하는 구조다. 그러나 매번 물가상승을 이유로 연료비연동제도 도입이 미뤄져왔다. 이후 연료비연동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와 사업자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물가상승 우려 때문에 논의만 무성할 뿐 도입이 차일피일 연기됐다.
일각에서는 전기요금이 다른 물가에 비해 생활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특성을 고려해 국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떄문에 한전 입장도 곤혹스러울 것이란 의견이 제기된다. 한 전문가는 “국제유가는 변함이 없는데 갑자기 사정상 전력 공급을 줄여서 요금이 플러스 마이너스 하게 되면 소비자들이 어떻게 인식하겠냐”고 밝혔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요금인상이 없다고 말했지만, 연료비연동제도 도입을 통해 전기요금에 부과되는 정책비용들은 보존이 필요하다”며 “요금인상이 없다는 방침에 얽매여 손실에 달하는 비용을 고스란히 한전에 전가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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