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투자자간 이해상충에 합의 실패자산매각 통해 유동성 악화 우려 종식
유휴자산 매각 등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나 대규모 자본 조달이 지연, 또는 무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현금 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이랜드그룹은 4일 이윤주 CFO가 주재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하기로 한 1조원 규모의 자본유치 계획이 실패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랜드는 2015년부터 진행된 재무구조 개선과 자금 조달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그룹 CFO도 두 차례나 교체했다.
이랜드는 티니위니 매각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 2016년 말 신동기 CFO가 물러난 대신 그룹 M&A 총괄이었던 이규진 상무를 CFO로 선임했다. 당시 이랜드는 티니위니를 중국 패션업체 V·GRASS(브이그라스)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중이었으나 좀처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었다.
이 CFO 취임 후 이랜드는 티니위니 매각을 마무리했다. 다만 이랜드가 계획한 것보다 매각가가 크게 낮아졌다. 2016년 이랜드그룹은 티니위니의 매각가로 1조5000억원 수준을 기대했으나 결국 티니위니는 8770억원에 매각됐다. 이랜드는 당초 매각 대상에서 제외했던 한국과 홍콩, 대만 등 티니위니 글로벌 상표권과 사업권까지 매각했는데 매각가는 반토막 난 셈이다.
지난해 7월에는 지주사 전환을 시작하면서 그룹 최초 여성 CFO인 이윤주 상무를 새 CFO로 내세웠다. 이윤주 CFO는 이랜드리테일 재무 본부장을 역임하면서 상장 작업을 준비해온 인물이다. 이번 이랜드월드의 1조원 자금 조달은 이윤주 CFO 취임 후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진행 내내 난항을 겪었고 끝내 무산되고 만 것이다.
이랜드월드는 지난해 9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가 조성한 펀드에 1조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는 내용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는 그 해 12월에 마무리 됐어야 했으나 투자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를 넘겼다.
가장 먼저 투자를 유치한 것은 앵커에쿼티파트너스였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이랜드에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키스톤PE가 조성한 펀드에 참여할 투자자로 꼽혔던 메리츠금융과의 협상은 이해당사자간 줄다리기로 계속 늘어졌다. 메리츠금융과의 협상은 유상증자 납입일인 지난해 12월 26일을 넘겨 올해 1월에서야 극적으로 타결됐다. 키스톤PE에 배정된 CPS는 3000억원으로 줄어들었고, 메리츠금융이 이 펀드에 전액 참여하기로 했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이 참여를 확정하면서 이랜드의 1조원 자금 조달 구조는 인수금융 5000억원, 중순위(메자닌) 3000억원, 후순위 2000억원로 정리됐다. 후순위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중순위는 메리츠금융이 투자를 담당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후순위, 중순위 투자자를 먼저 유치한 만큼 투자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선순위 투자자 유치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수금융 참여자로는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도미누스)·산업은행 PE·NH PE 등 컨소시엄이 거론됐다. 이랜드는 상반기 내에 1조원 조달을 마무리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인수금융 투자는 결국 무산됐다. 이랜드그룹의 재무구조 상 선·중·후순위의 위험도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중·후순위채 투자자와 먼저 계약하면서 선순위 투자자와의 조건을 맞추기가 오히려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랜드 측은 “기존 투자 구조설계를 선·중·후 순위로 나눠 진행하다 보니 후순위 투자자가 자리잡은 상황에서 인수금융 참여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거기에 각 순위별 투자자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보니 투자자간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랜드는 거래 구조를 단순화 해 자본 확충을 새롭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인수금융을 없애는 대신 해외 투자 유치를 끌어낸다는 목표다. 메리츠와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강화한다. 이에 자본 조달 규모는 당초 목표인 1조원의 절반에 그치지만 유휴자산 매각, 계열사 기업공개(IPO) 등으로 충당한다는 목표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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