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책비 경쟁의 발단은 우리가 아니다. KB손해보험이 먼저 기본 시책비 250%에 75%를 더 주는 특별시상을 추진해 다른 대형사들도 잇따라 시책비를 높였다.”(메리츠화재)
독립법인대리점(GA) 보험설계사에 대한 손해보험사들의 과도한 시책비 경쟁 논란 속에 업계 5위사 메리츠화재와 4대 대형사간 네 탓 공방이 벌어졌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현금 시책비 지급에 제동을 걸면서 해외여행은 물론 쿨매트와 청소기까지 시상품으로 등장한 가운데 서로 먼저 ‘250%룰’을 깼다며 맞서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4개 손보사는 8~9월 두 달 연속 일정금액 이상 장기보장성 인(人)보험 신계약을 체결한 GA 설계사에게 보험료의 75%를 시책비로 추가 지급하는 연속가동 특별시상을 추진하고 있다.
시책비는 설계사의 신계약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인센티브다. 보험사들은 시책비 조정을 통해 설계사들의 영업을 독려한다.
올 초 금융감독원이 보험료의 600%를 웃도는 과도한 시책비 경쟁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인상 자제를 권고하면서 손보사들은 250%의 기본 시책비를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8월 1주차(1~3일) 기본 시책비 250%를 적용하면 보험료에 따라 20만원은 50만원, 100만원은 250만원의 시책비를 지급한다.
그러나 지난달 메리츠화재가 4개 GA 설계사를 대상으로 7~9월 세 달 연속으로 매월 보험료 30만원의 신계약을 체결하면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특별시책을 내걸면서 시책비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메리츠화재는 해당 실적을 달성한 설계사가 일본, 중국, 동남아 중 1곳을 선택해 여행을 갈 수 있도록 하고 여행을 가지 않을 경우 현금 5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기본 시책비 250%에 특별시책비 55%가 추가돼 전체 시책비가 305%로 늘어난 셈이다.
이에 대응해 대형사들이 꺼낸 카드가 75%의 특별시책비를 보태 전체 시책비를 325%로 늘리는 연속가동 특별시상이다.
업계 4위사 KB손보가 이달 1일 가장 먼저 연속가동 특별시상안을 발표했고 2위사 현대해상, 3위사 DB손보도 곧바로 시상에 동참했다.
이들 손보사는 8~9월 두 달간 매월 연속으로 기록한 신계약 보험료에 따라 20만원은 30만원, 30만원은 45만원, 50만원은 80만원의 시책비를 추가로 지급키로 했다.
이미 해외여행 특별시책을 추진 중인 메리츠화재도 뒤이어 대형사들과 동일한 형태의 연속가동 특별시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기본 시책비와 해외여행 특별시책비, 연속가동 특별시책비를 모두 더한 전체 시책비가 380%에 달한다.
손보사들의 시책비 경쟁이 다시 격화되면서 쿨매트, 청소기와 같이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나기 위한 현물 시책비까지 등장했다.
업계 1위사 삼성화재는 특정 상품을 많이 판매한 GA 설계사에게 100%의 시책비를 추가 지급하고, 이달 2주차(6~10일) 신계약 보험료 5만원당 무선청소기 1대(최대 10대)를 지급키로 했다.
현대해상 명동사업부는 주력 상품 판매 실적에 따라 GA 설계사에게 쿨매트를 지급한다. 하지만 이 같은 시책비 경쟁을 먼저 부추긴 것이 누구냐를 두고는 메리츠화재와 대형사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형사들은 메리츠화재가 해외여행 특별시책을 통해 우회적으로 시책비를 올렸다며 비판하고 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매번 우회적으로 시책비를 인상해 다른 회사들도 어쩔 수 없이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여행 특별시책도 결국 연속가동 특별시상의 한 유형이고 이를 먼저 시작한 것은 메리츠화재”라고 지적했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해외여행 특별시책은 일부 GA를 대상으로 한 것이고, 연속가동 특별시상은 대형사들의 뒤를 따른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해외여행 특별시책 적용 대상은 4개 GA에 국한돼 전체적으로 시책비를 올렸다고 보기 어렵다”며 “8~9월 연속가동 특별시상은 대형사들이 먼저 추진한 것이고 오히려 이에 대응해 특별시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jky@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