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 회장, ‘한국GM 신설법인 논란’ 종지부···“원하는 조건 얻었다”

한국GM 임시주총서 ‘법인분리’ 찬성

신설법인 ‘중점 연구개발 거점’ 지정

10년간 ‘추가 물량 확보’도 힘쓰기로

“국내 부품업계 고용창출 효과 기대”

그래픽=강기영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결국 한국GM의 연구개발(R&D)법인 설립을 지지하며 약 5개월간 지속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미 4045억원의 추가 출자를 확정한 가운데 GM(제너럴 모터스) 측도 협조적으로 돌아선 만큼 더 이상의 갈등은 경영정상화에 ‘독’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18일 이동걸 회장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개최된 한국GM 임시 주주총회에서 법인분리에 찬성했다”면서 “26일 예정대로 잔여 출자분(4045억원)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은 법인 분리 이후에도 지난 5월에 체결한 기본 협약이 유효하다는 전제하에 내려진 것”이라며 “산은과 전문기관 모두 R&D법인이 기본 계약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은 물론 향후 생산법인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 봤다”고 판단했다.

요약하면 한국GM으로부터 받은 ‘사업계획서(비즈니스 플랜)’를 검토한 결과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고 부채비율 개선으로 한국GM의 재무안정성이 강화되는 효과도 확인됐다는 게 이동걸 회장의 입장이다.

산업은행 측이 끝내 GM의 설득에 응한 것은 협상을 거치며 ‘원하는 조건’을 얻어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측은 이날 체결한 ‘주주간 분쟁해결 합의서’로 한국GM 신설법인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는 데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신설법인을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의 ‘중점 연구개발 거점’으로 지정하고 이를 10년간 유지하는 동시에 추가 연구개발 물량 확보에 힘쓴다는 내용도 합의서에 담았다. 산은으로서는 GM의 한국사업 철수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계약상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여기엔 한국GM 주주총회 결의 집행 정지 가처분신청에서 법원이 산은의 손을 들어준 게 결정적이었다. R&D법인 설립에 제동이 걸리자 GM 측은 배리 엥글 총괄부사장을 한국으로 보내 이동걸 회장을 설득했고 태도를 바꿔 주요 자료를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순식간에 역전된 양측의 관계는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CSA(비용분담협정) 계약에서도 한국GM에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게다가 이동걸 회장 역시 일방적인 절차에 이의를 제기했을 뿐 R&D법인 설립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이날도 이 회장은 “산은은 ‘한국GM의 경영정상화’라는 관점에서 판단해왔다”면서 “한국GM 노사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았고 신설법인에 반대한 적도 없다”며 그간의 입장을 재확인 했다.

향후 산업은행은 한국GM 2대 주주(지분율 17.02%)로서의 견제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한편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26일로 예정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지난 5월 약속한 나머지 4045억원도 집행한다. 법인 설립이 마무리되면 앞서 한국GM 이사와 노조 등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한국GM R&D법인 설립으로 이동걸 회장이 기대하는 부분은 또 있다. 국내에서 신차 개발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부품업체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동걸 회장은 “신설법인이 GM 글로벌 전략 차종의 연구개발 거점으로 선정됨에 따라 국내 협력업체도 신차 개발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면서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부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한국 부품 산업의 공급 규모가 늘어나고 그에 따른 고용증대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GM 노조의 반발이 관건이다. 노조는 이번 결정이 정부와 여당, 산은의 밀실협상으로 빚어진 결과라며 총파업을 포함한 강도 높은 투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계약 사항을 심도 있게 검토한다면 노조도 손해를 보는 부분이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노사가 대립 관계에서 벗어나 한국GM의 경영정상화 관점에서 슬기롭게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