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지분 출자로 인수에 따른 재무 부담 덜어줘지주사, 현금흐름 악화로 재무 부담 가중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에 관한 조건부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산은은 통합법인에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5973만8211주)을 현물출자하고 그 댓가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조250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SCP)를 받는다. 그 이외는 보통주로 지급받는다.
이후 통합 법인은 1조2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대우조선해양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산은은 우선주 1조2500억원+보통주 7%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선다.
현대중공업지주도 통합법인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지주는 현대중공업 지분 31.67%를 보유한 만큼 유상증자에 참여로 4000억원 안팎에 자금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지주사의 현금 흐름이다. 최근 몇 년간 계열사 분리와 업황 악화 등으로 현금자산이 급격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현대중공업지주의 부채총계와 자본총계는 12조 8017억원, 10조 553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21%다.
총차입금은 7조8747억원으로 2017년 말 6조3312억원보다 24% 늘었다. 이 중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만 4조5497억원에 달한다. 전체 차입금 중 절반 이상(58%)이 만기가 단기인 차입금인 셈이다.
차입금의존도는 33.7%로 집계됐다. 차입금의존도는 전체 자산 대비 차입금의 비중이다. 쉽게 말해 현대중공업지주의 자산 10중 3 이상은 차입금으로 이뤄져 있고, 그중 절반 이상이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인 셈이다.
현금성 자산도 문제로 지목된다. 현대중공업지주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조 998억원에 그친다. 단기 유동화가 가능한 매출채권의 경우 지난해 9월 말 기준 2조 8809억원이다.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4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7조4351억 원, 영업손실 15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6% 늘었지만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사장은 비슷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에 매출 3조 7110억원, 영업손실 2030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건 그렇잖아도 안 좋은 제무구조에 악형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자본 총계는 3조6000억원이며 이중 영구채는 2조3000억원을 차지한다”며 “영구채를 전량 부채로 볼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PBR(주가순자산비율) 2.9배에 거래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인수 주체인 현대중공업이 약 2조원에 대우조선해양 55.7%를 인수하는 것이 비싸다는 논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유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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