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대표이사직 사퇴 후 11년만에 계열사 맡아현대차·모비스서 권한 강화···정 부회장 중심 의사결정현대차 이사회 11명 확대···전문성·다양성·독립성 강화유연한 조직 만들기 추진···혁신·변화, 과감한 도전 평가
현대차그룹의 핵심계열사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지난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그룹 오너 3세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키로 했다. 현대차는 다음 달 22일 주주총회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처리와 연계해 주총 이후 별도 이사회 결의를 거쳐 대표이사로 확정할 계획이다.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현대차는 정몽구 대표이사 회장, 정의선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 하언태 대표이사 부사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바뀐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2008년 기아자동차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지 11년 만에 그룹 컨트롤 타워의 정중앙에 앉게 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정 수석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책임경영 강화와 함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 측은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책임경영 차원에서 정 수석부회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정 수석부회장은 그동안 강력한 리더십을 선보이며 그룹 역량을 활용해 미래 신규사업을 강화해 왔다”며 “앞으로 글로벌 우수인재에 대한 적극적인 영입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현대모비스가 자동차산업의 판도를 주도하고 뉴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회사로 거듭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발표한 이사회 변화의 3대 키워드는 ‘전문성, 다양성, 독립성’ 강화를 꼽을 수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이사회 중심의 보다 선진화된 의사결정 구조의 확립을 강조해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투명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이사회의 다양성, 전문성, 독립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선진 경영시스템 도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마련에 중 점을 뒀다. 세계적 권위의 전문가 합류로 이사회의 위상과 역량을 높이겠단 의지를 담았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글로벌 금융, 투자, 거버넌스(경영체제) 분야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새롭게 영입한다. 금융 전문가인 윤치원(59)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글로벌 투자 전문가인 유진 오(50)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경제학계 거버 넌스 전문가인 이상승(55) 서울대 경제학 교수 등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신규 사내이사로는 BMW 출신의 외국인(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 사장)을 처음 선임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 또한 이사진의 다양성, 전문성 강화를 위해 오펠, 콘티넨탈 경영자 출신인 글로벌 경영.기술 전문가인 칼 토마스노이먼 박사와 재무 전문가인 브라이언 존스 아르케고스캐피탈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현대차 이사회가 기존 9명(사외이사 5명, 사내이사 4명)에서 총 11명(사외이사 6명, 사내이사 5명)으로 확대한 것도 이사회 위상과 역량을 한 단계 높이고 다양성과 독립성을 한층 강화한 다는 취지다. 현대모비스는 이사회 9명을 유지한다.
현대차는 이번 사외이사 후보 선정 과정에서 주주추천제를 처음 도입했다. 이사회의 투명 성과 독립성을 끌어올리고 주주들과 적극 소통하기 위한 취지다. 이를 위해 지난달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예비 후보를 추천받았다. 금융전문가 윤치원 씨 등은 외부평가 자문단의 자문 등을 거쳐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투명경영위원회와 이사회에 참석해 주주 입장에서 의견을 피력하고 국내 투자자 간담회 및 해외 투자자 대상 NDR(기업설명회) 등에도 참여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책임경영 강화와 글로벌 외부인사 중심의 독립적 이사회 구축 이 긍정적”이라며 “그룹 전반적인 ‘비정상의 정상화’ 지속되면서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 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문화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았던 현대차는 3월부터 IT업계처럼 자유로운 복장을 도입한다. 이 또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복장 자율화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기아차 신임과장 및 책임연구원 세미나’에서 셀프카메라 형식의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캐주얼 차림으로 수소전기차 넥쏘 운전석에 앉아 자율주행을 직접 시현했다. 이외에도 현대차 최초 소형 SUV 브랜드 ‘코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는 티셔츠에 청바지차림으로 보수적인 문화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해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다음달 주총을 깃점으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 그룹 핵심 계열사들을 장악하게 되면서 권한과 책임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정의선 시대를 맞이한 현대차그룹은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혁신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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