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4세 경영’ 박정원, 취임 3주년연료전지, 협동로봇 등 신사업 경영 강화‘재무 악화’ 두산건설·중공업 구하기 과제
◇강점(Strength) = 2000년대 들어 두산은 주력이던 소비재 유통 사업에서 건설장비 등 산업재 중심으로 그룹 체질 개선을 성공하며 오늘날 ‘글로벌 두산’의 기틀을 닦았다. 2005년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해 두산인프라코어로 간판을 바꿨고, 2007년 미국 밥캣을 인수하며 그룹 계열사의 몸집을 부풀리는 성과를 냈다.
삼촌인 박용만 전 회장에 이어 두산 ‘4세 경영’ 시대를 연 박정원 회장은 안정적인 그룹 성장 기틀을 확보한 게 강점이다. 2016년 3월 취임한 이후 튼실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경영 성과 측면에선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박 회장을 경영을 맡은 2016년 16조4703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18조1722억원으로 1조7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243억원에서 1조2159억원으로 3000억원가량 늘었다.
박 회장은 올해 매출 20조1528억원, 영업이익 1조4716억원을 달성하자는 사업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 중공업 사업 부문이 전체 그룹사 매출의 약 70%에 달한다.
◇약점(Weakness) = 두산은 123년 역사를 가진 한국 최초의 근대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두산 창업주 박승직의 아들 박두병은 두산그룹 초대회장으로 6남1녀를 뒀다. 얼마 전 별세한 박용곤 전 명예회장은 3세 경영을 시작한 두산가 장남으로 ‘형제 경영’을 정착시켰다. 고 박용곤 명예회장에 이어 고 박용오 박용성 박용현 박용만 등 형과 동생들이 차례로 그룹 회장을 맡아왔다.
두산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그룹 총수는 최근까지 고 박용곤 명예회장이었다. 공정위는 실질적인 영향력 요건을 반영해 그룹 지배력을 가진 인물을 총수로 지정한다. 박 회장은 취임 후 경영활동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부친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명예회장께서 작고하면서 박정원 회장의 든든한 후원자가 사라진 셈”이라면서 “집안의 어른들이 많고 경영에 참여하는 사촌들이 많다는 점에서 향후 가족 간 경영 간섭이 생기면 박 회장의 경영 노선에 자칫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두산은 그룹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한다. 박 회장은 지난해 재선임 돼 2020년까지 의장직을 맡는다.
◇기회(Opportunity) = 박정원 회장은 올해 미래 신사업의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포부다. 올초 신년사를 통해 “연료전지, 협동로봇, 드론용 수소연료전지 등 그룹의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두산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연료전지 사업은 지난해 1조2000억원의 수주 물량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2000억원가량 목표치를 늘려 잡았다.
박 회장은 시장 선도업체로 자리매김한 연료전지 사업에 대해 “자신감을 토대로 시장 확대에 힘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또 협동로봇과 드론용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대해서는 “그동안 쌓아온 제품력과 시장기반을 바탕으로 본격 성장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협동로봇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망기술로 손꼽히는 분야다. 두산은 2년여 간 연구개발을 거쳐 2017년 시장에 진출하고 같은 해 양산도 시작했다. 올 초에는 중국 최대 산업자동화 솔루션 전문기업인 보존그룹의 링호우(Linkhou)사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 전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36%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박 회장은 또 2차전지의 필수 소재인 전지박,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신재생에너지 등 기존 사업 분야와 연계한 신사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헝가리에 연 5만톤 규모로 짓고 있는 전지박 공장은 올 하반기 가동한다. 전기차 대중화로 향후 수익 증대가 기대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자체 개발한 드론용 수소 연료전지 제품을 양산한다.
◇위협(Threat) =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의 실적 개선 및 재무건전성 확보는 박 회장의 경영 극복 과제다. 두산건설은 5000억원이 넘는 부실을 떠안고 있으며 모회사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정책으로 수주 기반이 약해졌다. 두산중공업은 75%의 두산건설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다. 두산중공업은 종속회사인 두산건설의 대규모 손실 발생으로 신용도 하락에 위협을 받고 있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반영하며 55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두산중공업은 123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두산건설의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 때문에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5000억원, 두산건설 4200억원의 유상증사를 단행해 자본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유입되는 자금은 두산건설 차입금을 갚는 데 쓰인다. 두산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매각 등도 검토 중이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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