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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한진칼 경영권 상실 위기?···조원태 등 방어전략 난망

한진그룹, 한진칼 경영권 상실 위기?···조원태 등 방어전략 난망

등록 2019.04.11 14:30

수정 2019.04.12 14:25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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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만 2천억 육박···재원마련 방안놓고 고심담보대출 이미 30%, 조달가능재원 예상 밑돌아KCGI 한진칼 지분 현재 13.5% 매집 속도 가팔라큰 형에게 밀려난 막내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KCGI 물밑접촉설···조원태 등 삼남매에 가장큰 위협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한진칼을 둘러싼 경영권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오너일가는 최대주주 지위를 지켜내야 하지만 쉽지않은 상황이다.

2대주주인 KCGI는 지분율을 늘리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과거 고(故) 조양호 회장과 유산 문제로 갈등을 빚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그룹 경영권 향방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1일 재계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인해 장남인 조원태 사장이 경영권을 물려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분석은 조원태 사장이 고 조양호 회장 가족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관심이 쏠려있다. 고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어 조 사장이 경영승계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적대적 M&A 등의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지주사인 한진칼이 그룹 지배 정점에 있고, 한진칼→대한항공→다른 계열사로 이어지는 형태다. 한진칼 지분은 고 조 회장 가족이 28.8%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고 조 회장 지분이 17.84%(우선주 지분 2.40% 제외)로 대부분이고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세 자녀 지분은 각각 3%에 못 미친다.

경영승계를 위해서는 반드시 고 조 회장의 상속지분을 물려받아야 한다. 시장에서는 우선 삼남매가 막대한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룹 경영권과 직결되는 한진칼을 제외한 상속 지분 매각 방안이 거론되는가 하면, 자산을 매각하는 형태로 상속세를 내고 한진칼을 비롯한 계열사 지분을 지키는 방법, 배당률을 높여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진칼 지분 매각 없이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의견도 나온다. 만약 상속세율 50%를 단순 적용, 조 회장 보유 지분의 절반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면 특수관계인 지분은 20.03%로 떨어진다.

상속재원 마련을 위한 우군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 조 회장으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고 이를 담보대출 받아 상속재원을 마련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미 27%에 달하는 7.75%가 담보로 잡혀있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 평가가치의 50% 수준까지 가능한데, 실제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당초 업계가 추산한 609억원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2대주주인 KCGI, 일명 ‘강성부펀드’가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늘리면서 경영권을 노린다는 점은 승계에 있어 위협요소다.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9%를 사들이며 2대주주로 올라섰다. KCGI는 약 한 달 뒤 지분율을 10.81%로 늘렸고, 올 3월에는 12.68%로까지 확대했다. 이달 들어서도 추가 지분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KCGI는 지난 4일 한진칼 지분 0.79%를 추가하며 13.47%를 확보했다.

KCGI와 3대 주주인 국민연금(6.70%)의 지분율은 20.17%로 오너일가 지분을 웃돈다. 국민연금은 KCGI와의 연대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한진칼에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 등 우호적인 입장은 아니다. KCGI는 한진칼 경영승계 작업과 상속세 납부 과정 등에 상관없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KCGI의 지분율이 높아질수록 경영권을 빼앗길 위험성은 현실화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원태 사장의 막내삼촌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선다면 조원태 사장 등에게는 최악의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조 사장 삼남매의 한진칼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 조정호 회장이 한진칼 지분을 인수하고 KCGI와 연대한다면 지분싸움에서 패할 가능성도 있다. 조 회장이 한진칼 지분 인수에 나선다면 조원태 사장으로서는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도 있다는 것.

시장에서는 조정호 회장측에서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는 점 등으로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조정호 회장 측과 KCGI가 수차례 접촉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메리츠금융과 KCGI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소문만으로도 조원태 사장 등 삼남매가 느끼는 압박은 상당할 것으로 여겨진다.

조정호 회장은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로, 2005년부터 장남인 조양호 회장과 갈등을 빚어왔다. 조정호 회장은 창업주 2남 조남호 회장과 3남 조수호 회장과 함께 재산 대부분을 대한항공과 정석기업에 상속한다는 창업주 유언장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6년 동안 소송전을 벌였다. 형제간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고, 두 사람간 왕래는 완전히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호 회장이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더라도 조원태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기보단 KCGI와 손을 잡고 조원태 사장 등을 밀어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조 사장 등 삼남매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조 사장이 우호세력을 끌어들여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예상한다. 평소 친분이 있는 기업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조인트벤처를 출범시키며 협력관계를 강화한 미국 델타항공에 지분 매수를 유도할 수 있다.

또 한진칼 지분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면서 조양호 회장 퇴직금을 활용하거나 계열사 지분 매각, 배당 여력 확대 등의 방안으로 상속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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