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자금 투입해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 줘야” “무산 시 주식으로 전환···최대주주 지위 확보”산은·수은 7대 3 비율로 참여···시중은행 불참별도로 금호고속에 1300억 ‘브릿지론’도 지원 “매각 성사되려면 금호고속도 가치 유지해야”
23일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비교사(다른 항공사) 정도로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 같이 결정했다”면서 “만약 매각이 무산됐을 때 전환가격이 어느 정도가 되면 최대주주 지위를 행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총 1조6000억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영구채 매입 5000억원과 신용한도 8000억원, 스탠바이LC(보증신용장) 3000억원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당초 금호아시아나 측이 요청한 5000억원의 세 배를 웃돈다.
별도로 산업은행은 금호고속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전제로 13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합치면 금호아시아나에 들어가는 자금은 총 1조73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최대현 부행장은 “많아 보이지만 일본 정부가 2009년 JAL(일본항공)에 공적자금을 수혈할 때 그 규모가 12조원 정도였다”고 운을 떼며 “지금은 아시아나항공이 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예비적으로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는 게 매각에 유리할 것이라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재경 본부장도 “혹시라도 모를 신용경색이 일어날 경우 부족한 자금이 얼마일지를 계산해보니 약 1조6000억원으로 나왔다”면서 “일단 영구채로 5000억원을 지원하면 그 이후엔 회사가 자율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돼 실제 지원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지원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7대3의 비율로 참여한다. 영구채 금리는 7% 초반 정도다. 시중은행 역시 매각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추가적인 지원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최대현 부행장은 영구채로 지원될 5000억원에 대해서는 “물류 대금 등이 지연되는 것으로 파악되는 데 그런 부분 위주로 지급해 정상적인 운영에 어려움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30% 정도의 지분율이 될 것”이라면서도 “주식 전환은 마지막에 쓸 카드이고 인수자가 나타나서 딜이 진행되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지원 규모가 확대됐음에도 추가적인 담보 제공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주주가 내놓을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고 일축했다.
다만 매각 안전장치는 충분히 확보했다는 게 산은 측 입장이다. “무산 시 매각 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시켰다”면서 “현재 신주와 구주를 함께 매각하는 방식인데 구주 일부만 매각하거나 구주 매각 조건을 완화한다던지 이런 부분을 채권단이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매각 시한에 대해서는 “일정을 정해놓으면 진행 과정에서 다급해지거나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리하게 진행될 수 있다”면서도 “연내엔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금호고속에 1300억원의 브릿지론을 제공하는 것을 놓고는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금호고속이 도산했을 때의 영향력을 고려했고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유지되지 않으면 매각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삼구 전 회장의 지배력을 인정해주기 위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밖에 ‘일괄매각’ 방침에 대해선 “아시아나항공의 손자회사 대부분은 항공업과 관련된 회사이고 이걸 분리하면 거래가 복잡해진다”면서 “일부 매수자가 자신의 사업 영역과 중복을 우려해 요청한다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협의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다음주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채결할 전망이다. 이후 매각 주간사를 선정해 2개월 동안 실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최 부행장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통과된 채권단과의 자금지원 방안 등 특별약정을 새로운 MOU에 반영해 이르면 다음주 채권은행 협의를 통해 조속히 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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