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배터리 사업부 인력 2배 늘려고연봉 등 매력적인 처우 인력 지속 확보LG화학, 후발주자 불구 턱밑 추격에 불안↑
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달 30일 SK이노베이션이 ‘인력 빼가기’로 핵심 영업기술을 부정하게 탈취했다며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 동안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2차전지 사업은 30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영업비밀 침해를 명백히 밝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당한 인력채용이었을 뿐 아니라 자발적 이직이었고, LG화학과 배터리 기술 개발 방식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특히 LG화학이 근거없는 비방을 계속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맞대응했다.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에서 이직한 직원들은 SK의 우수한 기업문화와 회사와 본인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경력직 채용을 대폭 늘렸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2016년 말 300여명에 불과하던 배터리 사업 관련 직원은 지난해 말 650여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LG화학의 전지부문 직원 수는 4983명에서 5504명으로 10.5% 증가했다. 2년간 520명, 매년 260명씩 충원한 셈이다. LG화학이 통상 전지부문에서 400여명의 인력을 뽑던 것과 비교하면 위축된 규모다. 삼성SDI 전자재료 부문은 2011명에서 2043명으로 1.6%(32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2016년 1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며 감원 등 비용절감을 단행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력 충원은 더디게 흘러갔다.
SK이노베이션이 비교적 수월하게 고급인력을 확보한 이유로는 경쟁사 대비 매력적인 연봉과 처우를 꼽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4200만원(남자 기준)이다. 배터리 사업부의 평균 보수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LG화학 전지부문 8300만원, 삼성SDI 전자재료부문은 7800만원이다.
연봉 인상률도 가파르다. SK이노베이션은 2년새 3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연봉을 올려준 반면, LG화학은 15.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는 오히려 7.1% 감소했다. 성과급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적자인 배터리 사업부를 포함해 전 사업부에 월 기본급의 8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한 LG화학 전지부문은 500%를 받았고, 삼성SDI 전자재료 부문은 20% 수준의 성과급을 챙겼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경쟁사에서 흡수한 인력들로 기술 경쟁력을 대폭 향상시켰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SK이노베이션의 경력직 지원 자격이 5년 이상 근무자인 만큼, 업무에 능숙한 인물 위주로 채용했다는 이유에서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삼성SDI에 비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진입이 늦다. 경쟁사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약 30년간 기술연구를 해 온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이보다 10여년 뒤처진 2005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다.
경쟁사와의 기술격차를 단기간내 좁히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SK이노베이션은 빠른 속도로 선발업체들을 뒤쫒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처음으로 10위권에 안착하며 LG화학, 삼성SDI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LG화학은 오랜 기간 공들여 온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납품권을 SK이노베이션에 내줬다.
LG화학과 삼성SDI 입장에서는 배터리 인력을 빼앗기는 것도 모자라, SK이노베이션의 거센 추격을 받는 것이 불편했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LG화학이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부 직원들의 이직을 단단히 벼루고 있었다”면서 “이번 소송이 SK이노베이션의 질주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내부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의도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배터리 인력 부족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경쟁업체간 인력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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