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 거론···소비자 체감도 높아 ‘촉각’김상조 “식료품 등 국민생활 업종 집중 감시”풍산·대성·넥센·동원·농심·SPC·대상 등 포함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2019년 공정위 업무계획’을 사전브리핑하면서 “2018년 대기업집단에 이어 2019년 중견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3일에는 15개 중견그룹 전문경영인과 정책간담회를 갖고 일감몰아주기 근절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견그룹과 일감몰아주기를 연결해 보면 유통 기업이 자주 고개를 든다. 영업 방식에 따라 중간 다리 역할에서 ‘부당 이득’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감시망에 자주 띄지 않는다는 특성도 있다. 반면 이들 기업은 생활에 직결되는 사업 특성상 ‘소비자 체감도’가 높아 공정위가 더욱 칼날을 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개혁연구소 등 시민단체가 지속해서 조명한 일감몰아주기 중견그룹으로는 풍산, 대성, 넥센, 동원, 농심, SPC, 대상, 오뚜기 등 30여 곳이 꼽힌다.
풍산그룹은 류진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40.05%에 달하는데 계열사 일감을 몰아 받고 배당 등으로 총수 일가 배만 불린다는 비판을 받는다. 넥센그룹은 강병중 회장과 강호찬 사장의 ‘부자 경영’이 특징인데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합병과 주식 맞교환 등으로 승계 과정에서 편법이 발생했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농심그룹은 신춘호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대부분 지분을 쥐고 있는 태경농산, 율촌화학, 농심미분 등 계열사 내부거래 의존도가 40~60%에 이른다.
SPC그룹은 시장 가격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방식 등으로 계열사 부당 지원이 의심돼 이미 지난해 말 공정위 현장조사를 받았다. 대상그룹은 임창욱 명예회장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를 통해 일감을 몰고 이를 통해 총수 일가가 과한 이익을 받고 있다는 의혹에 수년간 휩싸여있다.
‘갓뚜기’로 유명한 오뚜기그룹은 속을 들여다보면 계열사 내부거래 매출만 1조원이 넘는 등 32% 비중을 차지해 함영준 회장 일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밖에도 삼양, 대성, 현대, 무림, 대웅제약, 아세아시멘트, 서연이화, 대교, 세방, 휴멕스 등이 일감몰아주기 사례 중견그룹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 행보를 보면 ‘선 자발·후 규제’ 방침이 엿보인다. 규제 방안을 촘촘히 내세워 자발적인 개선을 요구한 뒤 이행 움직임이 없으면 즉각 현장 실사 등으로 칼날을 뽑아드는 모습이다. 줄곧 시동을 걸고 있는 대기업 집단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도 김 위원장은 “자발적 개선”이란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공정위가 내세운 목표 안으로 들어오길 기다린 뒤 사정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런 방침이 중견그룹 개선 행보에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총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산규모 5조원 미만 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실태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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