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10분의 1, 수주 제로(0) 업체도 다수한화건설·호반 등 덩치 큰 중견도 마수걸이 아직전문가 “절대적 먹거리 부족···불확실성에 양극화”
“중견건설사들 정비사업 수주가 예년에 비해 10분의 1로 줄어든 것 같아요. 확실한 1군 브랜드를 선호하는 추세가 심해졌다는 얘기도 많이 나와요. 그러다보니 서울 정비사업에 중견사가 진출한다는 건 더 힘든 일이 됐죠.”(B 중견건설사 관계자)
중견건설사들의 상반기 정비사업수주 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로 1조원 가량 실적을 올린 한화건설 마저 상반기 수주 실적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공급자 압박 차원의 규제가 나올 것으로 예고되면서 하반기 상황도 밝지 않을 전망이다.
16일 중견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1위로 비교적 규모가 큰 건설사인 한화건설 상반기 수주 건수는 0건이다. 그 외 두산건설, 쌍용건설 등도 정비사업 상반기 수주 실적이 전무한 상황이다.
올해 10대 건설사 목록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호반건설 정비사업 건수도 1개에 그쳤다. 호반은 지난 5월 700억원 규모의 대구 내당내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수주했다.
한신공영도 상반기 실적은 없었지만, 지난 11일 412억원 규모의 ‘미아동 3-111 주택재건축정비사업’ 공사를 따냈다.
도급순위 12위인 반도건설은 도급액 1400억원 규모의 청도 오창각리 지역주택조합 주상복합 정비사업을, 13위인 태영건설은 김포 고촌 지역주택조합(1900가구 규모) 1건을 수주해 체면치레를 했다. 한양건설(25위)은 400억원 규모 안양 대동아아파트 소규모재건축 사업을 가져왔다.
계룡건설은 상반기에 한진중공업과 컨소시엄을 맺고 1135억원(계룡 55%) 규모의 인천 경동율목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됐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상반기 서울 마포 용강동 우석연립 소규모재건축사업과 대구 칠성24지구 재건축 사업 등 2건을 수주하며 비교적 선전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일차적 원인을 부동산 시장 상황 불안이 정비사업 조합들의 동력을 떨어뜨려 먹거리 자체가 부족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김은진 부동산 114 리서치팀장은 “시장이 불안할수록 조합들은 사업 진행을 미루게 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먹거리가 떨어진 상황”이라며 “여기에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양극화 현상이 대형 브랜드 선호도를 더욱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견건설사들의 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중견건설사 정비사업 수주 전망에 대해서는 나아질만한 여건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중견건설사들 마다 수주사업을 주력으로 할 수도, 공공택지 개발을 중요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긴 힘들다”면서도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등 규제가 하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보릿고개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중견건설사들은 하반기 정비 사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적극적인 수주전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한화건설은 대전 도마‧변동6구역 재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사업은 서구 도마12길 40(도마동) 일대 2만8898㎡에 공동주택 471가구를 짓는 것으로 이달 22일까지 입찰이 마감된다. 이 사업지 수주에는 현재 반도건설, 중훙토건, 계룡건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은 상반기 수주 부실을 만회할만한 하반기 수주를 조심스레 예상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인천과 충청도에 각각 3000억, 2000억 규모의 정비사업 수주가 손에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계룡건설은 경기 성남시 삼남아파트 재건축 선정총회에서 시공사 선정을 두고 씨지주택과 맞붙게 됐다. 해당 사업지는 당초 두 회사를 제외하고 ▲유탑건설 ▲중일건설 ▲동양 ▲아이에스동서 ▲대우산업개발 등도 수주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수도권 사업지에 진출하는 등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사업지를 중심으로 수주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아이에스동서는 경남 창원3구역 재건축을, KCC건설은 부천 청암아파트 소규모 재건축 수주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중견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를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며 “사업상 사업지 목록을 다 밝히기 어렵지만 건설사 마다 십 여개가 넘는 사업장을 치밀하게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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