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후 만성적자···누적 출자금만 1500억 달해차입금 상환자금 부족 대비 산은과 유증약정 체결사업비 불법지원 소송 패소 시 대한항공이 물어줘야조현아 전 부사장 관심 사업···경영승계와 연관 깊어
22일 재계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왕산레저개발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300만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출자 목적은 왕산레저개발의 사업 시행과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출자금액은 150억원이다.
왕산레저개발은 2011년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요트 계류장인 ‘왕산마리나’를 조성할 목적으로 대한항공이 자본금 60억원을 투입해 설립한 회사다. 조양호 전 회장은 당시 관광레저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레저사업을 추진했다.
조 전 회장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왕산레저개발 설립 당시 초대 대표이사를 맡으며 레저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약 3년간 왕산마리나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대한항공은 왕산레저개발로 매년 수백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밀어넣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2년 300억원 ▲2014년 440억원 ▲2016년 123억원 ▲2017년 200억원 ▲2018년 220억원으로, 이번 투자까지 합치면 총 출자금만 1500억원에 이른다.
또 대한항공은 왕산레저개발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원리금(약 800억원)을 상환할 자금이 부족할 것에 대비해 산은과 유상증자 약정을 체결했다. 다시 말해, 돈이 없는 자회사를 대신해 모회사가 빚을 갚아주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회사는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하며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업손실은 2012년 1082만원, 2014년 4억9810만원, 2016년 12억7775만원, 2018년 22억9434만원으로 적자폭은 늘고 있다.
대한항공은 추가적인 자금 지원 리스크도 안고 있다. 2011년 왕산마리나 조성 당시 인천시로부터 무상지원 받은 사업비 일부(156억원)가 불법 논란에 휘말리면서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 판결에서 왕산레저개발이 패소할 경우 지원받은 돈을 모두 뱉어내야 하는데, 자금 여력이 없어 대한항공의 지원이 불가피하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2대주주 KCGI는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본업인 항공업과 연관성이 낮은 사업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도 호텔과 레저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아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며 사업재편을 조언한 바 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1분기 이자보상배율(연결기준)은 0.87배로, 전년 동기 1.37배보다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로 떨어지면, 영업이익으로 빚을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항공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819%로, 전년 743%보다 76%포인트 늘었다.
시장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듯, 한진그룹은 올 초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면서 오는 2023년까지 대한항공 부채비율을 395%로 낮추겠다고 제시했다. 부채비율을 낮추려면 탄탄한 실적 아래 보유자산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대내외적 악재가 맞물리면서 항공업으로 돈을 벌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났을 것으로 관측한다. 일각에서는 적자전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분석한다.
반면 왕산레저개발에 대한 투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2023년까지 호텔·레저 분야의 사업 집중과 수익성 확대를 꾀하겠다는 계획을 함께 밝혔는데, 사업 철수와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레저사업에서 손을 뗄 가능성은 낮아지는 분위기다. 조 전 회장은 생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그룹 전반의 경영권과 항공업을, 조 전 부사장에게 호텔과 레저사업을 맡기기로 승계구도를 그린 바 있다.
조 전 부사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칼호텔네트워크과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 호텔·레저 사업의 대표이사를 모두 담당했다. 레저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조 전 부사장이 향후 왕산레저개발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속적인 투자로 생명줄을 연장시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과 관련해 확인되는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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