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등 3남매·이명희 가족간 법률대로 상속절대강자 없고 조현아 경영복귀 등 분쟁 소지한진칼 4대주주 등극한 권홍사 회장 무게감UPKCGI도 아직 건재···지분 늘리기 등 틈새노릴듯
내년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저지를 목표로 하는 등 한진그룹 총수일가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2대주주 강성부펀드(KCGI)가 건재한 가운데 조 회장 등 일가들이 고 조양회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법정비율대로 상속하면서 이들간 계열 분리나 경영권 분쟁 가능성마저 대두되면서다.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총수일가와 KCGI간 분쟁은 물론 조현아 전 대한한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 등 가족들마저 계열분리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다면 권 회장은 이들간 다툼의 종지부를 찍는 키맨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도그룹측이 여전히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창개발과 한길개발, 대영개발 등 반도그룹 산하에 매출이 늘고 있는 알짜 시행법인이 여럿있는 만큼 시장에선 한진칼 추가 지분 매입도 배제하지 않는 등 권 회장의 행보에 시선을 떼지 못하는 분위기다.
4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달 30일 고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4%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상속했다고 공시했다.
애초 한진칼 지분이 없었던 이 고문은 5.31%를 보유하게 됐고 3남매는 모두 4.176%씩 상속받아 조 회장은 6.52%, 조 전 부사장은 6.49%, 조 전무는 6.47%의 지분을 갖게 됐다. 민법 제1009조에 규정된 법적 상속비율인 1.5(배우자):1(자녀):1:1의 비율에 따른 것이다. 조 회장을 필두로 가족경영이 본격화될 것이란 의견이다.
문제는 일가들이 조원태 회장 등 한쪽에게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몰아주지 않으면서 절대 강자가 없어졌다는 것. 단일최대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15.98%)가 여전히 조씨일가와 대척점에 서 있는 가운데 가족들간 경영권 분쟁 여지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서다.
실제 조원태 회장은 고 조 회장의 별세 이후 한진칼 대표이사에 선임됐지만,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을 두고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지며 가족간 갈등구조가 노출됐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선 지난 6월 조현민 전무의 경영 복귀부터 가족들간 견제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최근엔 땅콩회항으로 알려진 고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조씨일가간 분쟁 가능성도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
이 때문에 한진칼 4대주주인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의 무게감이 부각되고 있다. 단일 최대주주인 KCGI를 제외한 개인주주로 보면 조 회장 등 조씨일가 모두 5~6%대 지분율도 절대 강자가 존재하지 않는만큼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하더라도 권 회장이 가진 5%대 지분의 힘은 내년 3월 한진칼 주주총회 등에서 강력한 파워를 지닐 수밖에 없다.
실제 단일최대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15.98%)가 권 회장과 손을 잡는 다면 한진총수 일가 그룹 경영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현재 한진칼 지분 구조는 총수일가가 28.95%, KCGI 15.98%, 델타항공 10%, 반도건설 5.06%로, 전체 지분의 약 60%가 향후 경영권 분쟁 시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주식으로 추정된다. 반도건설이 KCGI와 손잡을 경우 합친 지분율은 21.04%에 이르게 된다.
한진그룹 총수일가간 계열분리는 물론 분쟁 재발 가능성도 잠재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 조 전 회장 별세 이후 그룹 수장을 맡는 것을 놓고 대외적으로 불협화음이 흘러나오는 등 3남매(조현아·원태·현민)간 사이가 좋지 않은 가운데 한진칼 지분 격차도 크지 않아 개인별로 우호세력을 확보할 경우 향후 그룹 향방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한진칼 2대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계속해서 조씨일가를 향해 경영권 압박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의 대한항공 경영 복귀와 함께 가족간 그룹 경영에 대해 이견차가 커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 KCGI와 손을 잡는 것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가족들간 불협화음이 커일 경우 권 회장의 입지는 더욱 넓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진그룹의 경영권 이슈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피면서 주가상승을 통한 수익률 개선은 물론 강력한 캐스팅 보트로 지분 매각도 가능해진다.
이런 틈새와 장단기 투자수익을 노린 권홍사 회장이 지분 추가 매집에 나설 수도 있다. 1980년 부산에서 태림건설을 모태로 자산규모 3조원에 이르는 반도그룹을 일군 권 회장은 이번에 한진칼 지분을 인수한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 계열사 외에도 반도건설 계열 알짜 시행법인을 여럿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든지 현금 실탄을 마련해 지분을 늘릴 여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처럼 매출이 발생하는 곳으로는 대창개발과 한길개발, 대영개발이 있다. 각각 대구국가산단, 고양 지축지구, 원주기업도시에 반도유보라를 공급했다. 작년 매출은 각각 288억원, 1349억원, 525억원이다.
반도건설의 지분법적용투자회사로는 작년 말 기준 7곳이 있다. 모두 택지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시행법인들이다. 이 중 작년에 매출을 거둔 곳으로는 반도씨앤에스, 하우징개발, 화인개발, 제니스개발, 케이피디개발 5곳이 있다. 자금마련이 가능한 법인들로 관측된다.
반도그룹 외에도 계열 분리된 권 회장 일가 법인들이 존재한다. 권홍사 회장의 장남인 권재상 상무가 최대주주인 반도개발과 권 회장의 장녀 권보라씨의 남편 신동철씨(사장)가 사장이로 이끄는 퍼시픽산업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8년 말 반도개발과 퍼시픽산업이 각각 보유한 현금성자산 188억원과 727억원을 합치면 반도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2700억원에 육박하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권홍사 회장이 한진칼에 투자한 시기가 참으로 묘하다. 한진그룹 일가들이 모두 경영권 분쟁 소지에 묶인 상황으로 지분을 움켜쥐고 있는 한 권 회장의 의지나 의도와 상관없이 존재감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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