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부 준법감시기구 발표 임박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4차 공판 전후 출범 예고김지형 전 대법관, 노동계 현안 중재해온 ‘진보 성향’ 위원회 활동 ‘자율적·독립적’ 역할 수행할지 관심집중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오는 17일 4차 공판을 앞두고 주문한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재벌체제 폐해 시정 등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삼성이 그 전에 준법감시위를 출범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준법감시위는 외부 인사 6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다.
이에 앞서 김 변호사는 오는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내부 준법감시 기구인 준법감시위 구성과 운영 계획 등을 세부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삼성의 한 직원은 “김 전 대법관께서 어떤 얘기를 할지는 파악된 것은 없지만, 간담회를 하고 나면 (준법감시위) 대략적인 윤곽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지평의 대표변호사로 있는 김 변호사는 지난 21년의 판사생활(헌법연구관 포함)과 6년간의 대법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민·형사는 물론 노동·헌법·행정·조세·특허·공정거래 등 다양한 사건에 대해 하급심과 상고심의 재판경험을 쌓았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지금도 삼성전자 사업장 질환 관련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뿐 아니라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위원장에도 이름을 올렸다. 현대제철이 제철소 작업자의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지난해 안전·환경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위원장으로 선임한 인물도 김 변호사다.
이밖에도 김 변호사는 현재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비롯해 한국전력공사 윤리준법위원회 외부위원, 사법연수원 운영위원장 등 다방면에서 분주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변호사의 이러한 이력을 감안해 볼 때 삼성 측이 재판부가 주문한 숙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적임자로 봤을 것으로 재계는 평가한다.
김 변호사는 1989년부터 1년간 독일에서 법관연수를 가진 것을 계기로 노동법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노동법 관련 저술과 논문 발표, 사법연수원의 노동법 강의, 서울민사지법 노동전담부 근무, 법원 내 노동법전문분야연구회 활동, 대법원 산하 노동법실무연구회 창립 등 노동 관련 사회적 갈등 사안을 중재해오며 공익 목적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전북 부안 출신으로 전주고와 원광대 법대를 졸업한 김 변호사는 1981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며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사법연수원 11기인 그는 1984년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민사지법, 전주지법, 광주고등법원을 거쳐 2005년까지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대법원 대법관을 지냈고, 대법관 시절 김영란 전 대법관 등과 함께 진보 성향의 ‘독수리 5형제’로 불릴 정도로 사회적 약자 편에 선 판결을 많이 남겼다.
대법관 퇴임 후 사법연수원 석좌교수와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2012년 12월부터 2016년까지 법무법인 지평의 고문변호사로 일했고, 현재는 지평 대표변호사로 있다.
삼성의 준법감시위 준비 과정을 두고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형량을 낮추기 위한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삼성에버랜드 및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 재판 결과 이상훈 의사회 의장 등 전·현직 경영진 다수가 실형을 선고 받은 만큼 삼성이 ‘불법경영’ 딱지를 떼어내야 할 시점인 것은 맞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연구소 교수는 “나쁜 관행, 편법, 탈법 등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연착륙하기 위한 기구로서 과거와 단절은 분명히 한다는 것을 선언하는 의미는 있다”면서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선 삼성이 부담스럽게 느끼는 대목까지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독립적·자율적 판단 권한을 가질지 세부적인 운영 과정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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