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 전후 지주사 주식 급락저점 매수 기회 잡아 연일 HDC 사들여지배력 강화 절호의 찬스 놓치지 않아자녀들 경영 승계 구도 밑그림 관측도
정 회장이 HDC현대산업개발을 통해 지난해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전후 HDC주가가 급락하면서다. 그룹 지주회사 주식의 저가 매수(자사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그가 연초부터 그룹 지배력 강화는 물론 그룹 3세 승계 밑그림까지 그리는 등 다목적 포석이 깔린 작전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HDC는 정몽규 회장의 아들인 정준선·정원선·정운선가 각각 자사주 2만주, 2만주, 8000주씩 총 4만8000주를 장내매수했다고 10일 공시했다. 이에 따른 정준선(1992년생), 정원선(1994년생), 정운선(1998년생)씨의 HDC 지분율은 각각 0.20%, 0.18%, 0.12%가 됐다.
지난 8일 삼남인 운선씨가 HDC 보통주 1만1000주를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한 사례가 있지만, 정 회장의 세 아들이 동시에 취득한 건 올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세 아들의 HDC 주식매수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정 회장의 장남인 정준선씨는 2019년 5월 9일부터 13일까지 HDC 주식 6만주를 장내매수했다. 이어 6월과 7월에도 각각 2만주를 확보했다.
차남인 정원선씨와 삼남인 정운선씨도 마찬가지다. 정원선씨는 작년 5월부터 8월까지 총 9만주의 HDC 주식을 구입했다. 정운선씨도 같은 기간 5만1000주를 매수했고 연초에 1만100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그간 정 회장의 세 아들은 그룹 지주회사 구도 밖에 있는 HDC자산운용 주식(준선 씨 13.01%, 원선씨 13.01%, 운선 씨 13.01%씩)과 계열사 아이시어스 등 극히 일부만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그룹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지주회사 주식도 매집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HDC주가 하락이 정 회장의 세아들의 그룹 지주사 주식 매입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초 주당 2만원대에 거래되던 HDC주식은 올해들어 1만원대가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정도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저점에서 지주사 주식을 매입하면서 주가 방어를 겸해 저가 매수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
HDC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 회장 입장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룹 지배력 강화라는 숙제도 동시에 커버할 수 있어서다.
정 회장은 지난 2018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뒤 꾸준히 장내 매수를 통해 HDC 지분을 확대했다.
그해 9월 보유하고 있던 HDC현대산업개발 주식을 현물출자하고 HDC 신주를 받는 방식으로 HDC 지분율을 13.36%에서 31.41%로 늘린 이후 지난해말까지 222억 원을 투입해 지분율을 33.68%까지 확대했다.
이렇듯 정 회장이 지속해서 지분을 늘리고 있지만 HDC는 국민연금 KB자산운용 등 특정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율이 높아 정 회장이 확고한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이 늘고 있는 만큼 정 회장이 현재 지분율로는 경영간섭을 받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외에도 지분율이 5% 아래로 내려가 신고의무가 없지만 외국계 투자자인 블랙락과 템플턴자산운용 등도 HDC의 지분을 5% 이상 들고 있었다. 주가가 낮을 때 세 아들 등 특수관계인을 통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그룹 후계 승계 작업 스케치 포석도 엿보인다. 어차피 훗날 세 아들들에게 회사를 물려줘야한다고 가정한다면 미리 지분을 조금씩 나눠주는 게 승계 잡음이나 비용을 줄이는 전략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장남 정준선씨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네이버의 사내독립기업(CIC)에서 병역특례로 복무하며 인공지능(AI)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DC측은 “(회장 가족들) 개인적으로 매입이 이뤄진 것이다. (주식 매집) 배경에 대해서 (회사로서도)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ks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