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지분 보유 목적 ‘일반투자’적극적 주주권 행사 예고, 작년과 반대 한진칼 수탁위 구성 늦어져 시간 촉박단순 의결권 행사할 공산 크다는 분석
반면 올해 한진칼 주주총회에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작년 정관 변경 등 경영참여에 나선 것과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내달 주총을 앞두고 한진가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결정투표자)’를 쥔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지난 7일 대한항공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보유비율은 종전 10.63%에서 10.99%로 늘었다.
이 같은 변화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대량 지분 보유 시 부과되는 공시 의무인 일명 ‘5% 룰’이 완화된 데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말 ‘국민연금 경영참여 가이드라인(지침)’을 통과시키면서 적극적 주주권의 포문을 열었다. 오는 3월 정기주총부터 국민연금이 경영 개입을 본격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달 1일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적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식 보유 목적은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이 없는 경우 일반투자와 단순투자로 세분화됐다. 기존에는 경영권 영향 목적과 아닌 경우(단순투자)로 분류했지만, 일반투자가 신설되면서 적극적 유형의 주주활동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일반투자 목적에선 연기금 등이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 배당 활동,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관 변경 요구 등을 할 수 있다.
작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와 관련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과 계열사 대한항공을 분리해 결정했다. 한진칼에 대해서만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선언한 것이다.
반면 대한항공의 경우 ‘10%룰’이 발목을 잡았는데, 국민연금은 수익성을 고려해 경영 참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0%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6개월 이내 발생한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은 11.56%로 경영 참여 시 수백억원의 차익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진칼의 지분보유 비율은 7.34%으로 단기매매차익이 발생하지 않아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이 적었다는 평가다.
올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에도 이 같은 엇갈린 결정이 재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3.45%로 파악되고 있다. 한진칼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진에어 전무의 지지를 얻으며 33.45%의 지분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과 결성한 ‘반(反) 조원태’ 연합군의 지분이 32.06%다. 이들 간 지분율 격차는 1.47%포인트로, 한진가 경영권 분쟁에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이달 중 구성된다. 민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될 이 위원회는 독립적으로 의사 결정할 권한을 부여 받았다. 이들 수탁위 결정에 따라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수위가 결정된다.
앞서 수탁위는 지난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하면서 관심이 쏠렸다. 이 때문에 이번 2기 수탁위 진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를 이끌 수탁자책임위 구성이 늦어져 올해 주총 땐 실제 행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상법상으로 주주제안을 하려면 주총 개최일 6주 전까지 각 회사에 주주제안을 통보해야 한다. 주총 전까지 물리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미다. 한진칼 주주총회는 오는 3월 25일 열릴 예정이다
더욱이 또 다시 기업 경영에 간섭한다는 비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 아니면 중립 등의 단순 의결권을 행사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의결권과 관련 다른 주주가 제안하는 안건에 대해선 수탁위 구성과 관계없이 행사할 수 있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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